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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속도조절+주한미군 철수론에 쐐기, 문정인에 경고  

靑, 속도조절+주한미군 철수론에 쐐기, 문정인에 경고  

Posted May. 03, 2018 08:18,   

Updated May. 03, 2018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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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써부터 낙관적으로 흐르면 안 된다.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다.”

 청와대 관계자는 2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국면에 대한 청와대 내부의 기류를 이같이 전했다.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판문점 선언’이 도출되고, 북-미 정상회담의 장소로 판문점이 급부상하면서 진보 진영을 중심으로 장밋빛 전망이 확산되고 있지만 청와대는 속도 조절에 나선 모양새다.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가 다시 한 번 촉발한 주한미군 철수 주장에 이날 청와대가 재빨리 수습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 靑 “북-미 장소는 백악관의 몫” 신중

 외신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판문점을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이 계속 전해지고 있지만 청와대는 “결정된 것은 없다”며 신중한 태도다. 한반도 대화 국면에서 청와대가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는 ‘트럼프 밀어주기’ 전략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전면에 내세우겠다는 포석이지만, 그 이면에는 자칫 너무 큰 낙관론이 역풍을 부를 수 있다는 판단도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백악관 내에서 여전히 판문점을 반대하는 기류가 있다”며 “판문점이 무대가 되면 미국이 아니라 남북이 주도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또 북-미 정상회담이 끝나면 정전협정과 더 나아가 평화협정까지 체결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지만 청와대는 신중한 태도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이날 “평화협정 체결은 거의 비핵화의 마지막 단계에 설정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맞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한 것도 이런 신중론의 연장선상이다. 핵심인 비핵화의 구체적인 방침이 하나도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른 기대는 너무 이르다는 것.

 청와대의 신중론은 비핵화 논의의 마침표는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찍어야 하기 때문에 나오고 있는 것이다. 백악관이 최종 결심하고 이를 김정은이 수용해야 그 뒤에 이어질 경제 협력 등에서 국제사회의 지원을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비핵화 논의의 첫발을 잘 뗀 건 맞지만, 결실을 맺으려면 비핵화를 위한 사실상 마지막 기회인 북-미 정상회담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신중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문정인 돌출 발언에 여권도 ‘부글부글’

 이런 상황에서 문 특보가 미 외교 전문지 ‘포린어페어스’에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 주둔을 정당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기고한 게 논란으로 이어지자 여권은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북-미 정상회담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주한미군 철수 주장은 보수층은 물론이고 중도층 일부의 반발까지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히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 동의를 어렵게 할 수 있고, 더 나아가 한반도 운전석에 앉아 있다고 여기는 트럼프 대통령을 불필요하게 자극할 수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주한미군은 한미 동맹의 문제로, 평화협정 체결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며 직접 나선 것도 이런 취지다. 청와대는 “불필요한 혼선이 빚어지지 않았으면 한다”며 수습에 나섰다. 문 특보의 돌출 발언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불만이 역력하다. 문 특보는 남북 관계가 살얼음판을 걷던 지난해 6월 “북한이 핵·미사일 활동을 중단하면 미국의 한반도 전략자산과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축소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당시 논란이 확산되자 청와대는 “문 특보에게 엄중히 경고했다”고 밝혔다.

 한 여당 의원은 “축구 선수도 경고가 두 번이면 퇴장인데, 청와대로부터 공개 경고를 두 차례나 받은 문 특보가 자리를 유지하는 게 맞느냐”며 “문 대통령이 ‘남북 문제는 유리 그릇 다루듯이 하라’고 하는 마당에 대통령 특보라는 사람이 분란을 일으키는 건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