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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단역과 월정리역에 멈춰선 기관차

Posted May. 01, 2018 08:26,   

Updated May. 01, 2018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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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판) 2006년 11월 경기 파주시 비무장지대(DMZ)의 잡초 무성한 옛 장단역에서 육중한 쇳덩이 하나를 크레인이 들어올렸다. 길이 15m, 높이 4m, 무게 70t. 1950년 12월 31일 개성을 떠나 장단역으로 들어오다 폭격을 맞아 탈선한 채 그대로 멈춰선 기관차였다. 표면은 온통 총탄 자국이고 바퀴는 부서지고 휘어졌다. 분단의 상징이었던 이 기관차는 56년 만에 임진각으로 옮겨졌다.

 ▷‘장단역 기관차’는 2년간 보존처리에 들어갔다. 녹 제거에만 보존처리 전문가 10여 명이 6개월 동안 매달렸다. 녹을 제거하되 표면을 훼손하지 말아야 하고, 녹을 너무 뽀얗게 제거해 세월의 흔적을 사라지게 해서도 안 되는 고난도 작업이었다. 당시 보존처리 비용은 철제문화재를 후원한다는 취지로 제철회사 포스코가 댔다. 이 기관차는 현재 임진각 자유의 다리 남단으로 옮겨져 전시 중이다.

 ▷6·25전쟁 발발 이전, 서울에서 금강산에 가려면 경원선을 타고 연천역-신탄리역을 지나 철원역에서 금강산행 전철로 갈아탔다. 하지만 지금은 경원선, 금강산선 모두 끊겼다. 민통선 안에 있는 철원역은 6·25 때 파괴돼 일부 철로와 침목, 녹슨 신호기만 남았다. 철원역에서 한 정거장 더 올라가면 DMZ 남방한계선 바로 앞 월정리역이 나온다. 여기엔 1950년 6월 폭격을 맞고 멈춰선 열차의 객차 잔해가 남아 있다. 객차는 종잇장처럼 무참하게 구겨져 뼈대만 앙상하다. 그 옆에 ‘철마는 달리고 싶다’라고 쓰인 안내판이 서 있다.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파주 임진각을 찾아 장단역 기관차를 둘러보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고 한다. 경원선 경의선 복원 등 한반도 통합철도망 구축에 대한 기대도 커졌다. 고무적인 일이지만 앞으로 넘어야할 산이 많다. 북-미 정상회담 결과도 지켜봐야 하고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도 보조를 맞춰야 한다. 그래도 경원선을 타고 월정리역을 오가고 철원역에서 금강산 전철로 갈아탈 수 있다면 생각만으로도 즐거운 일이다.


이광표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