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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베이징대 학생들, 검열 뚫고 ‘미투’  

中베이징대 학생들, 검열 뚫고 ‘미투’  

Posted April. 26, 2018 08:12,   

Updated April. 26, 2018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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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의 명문 대학들에서 정부 당국의 검열을 뚫고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베이징(北京)대에서는 학생들이 과거 성추행 사건 관련 자료의 투명한 공개를 주장하자 학교 측이 이들의 입을 막았지만 학생들을 지지하는 대자보가 학내에 붙는 등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런민(人民)대에선 학생들이 성추행 의혹 교수에 대해 항의 시위를 벌였다.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 이후 처음으로 조직화된 학생운동이 일어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베이징대 학생 웨신(岳昕)은 23일 위챗(한국의 카카오톡 격) 공식 계정에 공개서신 형식으로 학교의 조치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글에 따르면 웨신을 포함한 베이징대 학생 8명은 9일 ‘1998년 이 학교 교수였던 선양(瀋陽)에게 성폭행 당한 뒤 고통을 겪다 같은 해 자살한 가오옌(高岩) 사건’ 관련 자료 공개를 요구하는 정보공개 신청을 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졸업이 순조롭겠느냐”며 으름장을 놓으며 20일 “제공할 자료가 없다”고 학생들에게 회신했다.

 23일 새벽 학교 측 관계자와 웨신의 어머니가 웨신이 자고 있던 기숙사로 들이닥쳤다. 관계자는 웨신에게 “휴대전화와 컴퓨터에 있는 정보공개 요구 관련 자료를 모두 지우고 다시는 이 일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문서를 작성하라”고 요구했다. 웨신에 따르면 학교 측은 왜곡된 사실을 전하며 어머니를 압박한 뒤 웨신을 집으로 데려가 가두라고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정보공개를 요구한 다른 학생들도 대학 당국의 협박과 감시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23일 밤에는 베이징대에 ‘용사 웨신을 성원한다’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었다. 중국은 대자보 게시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대자보 작성자는 BBC 중문판이 “몇 시간 뒤 학교 경비원들이 대자보를 뜯었고 인터넷에서는 한때 ‘베이징대’가 검색이 불가능한 민감어가 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중국 당국의 검열로 웨신의 공개 서신과 대자보 사진은 삭제되면서도 계속 올라오고 있다.

 지난주 런민대에서는 여학생을 성추행한 의혹을 받은 경제학 교수의 강의실 앞에서 학생 40여 명이 ‘학교와 교수가 이 사건에 답할 것’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보안요원들은 시위 학생들이 강의실에 들어가는 걸 막은 뒤 교수를 데리고 떠났다. FT에 따르면 문제의 교수는 결국 해고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 소식을 접한 한 중국인 대학생은 본보에 “캠퍼스 내 시위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며 놀라워했다. 최근 칭화(淸華)대에서도 조교가 학생을 성폭행했다는 주장이 나왔고 대학은 침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완준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