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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수 “WNBA 최종엔트리 가능성 50%지만 100%로 만들 것”

박지수 “WNBA 최종엔트리 가능성 50%지만 100%로 만들 것”

Posted April. 23, 2018 08:27,   

Updated April. 23, 2018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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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지수(20)는 대입수능시험을 며칠 앞둔 수험생처럼 보였다. 마치 벼락치기라도 하듯 출국을 앞둔 지난 주말 운동에만 집중했다. 21일 휴가로 텅 빈 소속팀 KB스타즈의 천안체육관에서 웨이트 트레이닝과 슈팅에 매달렸다. 22일 농구 선수 출신 아버지(박상관 씨)의 모교인 용인 명지대 체육관에서 땀을 쏟았다. “시즌 마치고 3주 넘게 쉬었어요. 빨리 몸을 만들어야 해요.”

 박지수는 지난 며칠이 아득하게 느껴진다.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드래프트에서 덜컥 지명된 게 13일 일이다. 자신을 선발한 라스베이거스 팀 훈련 참가를 위해 23일 미국으로 떠난다.

 “며칠간 얼떨떨했는데 이젠 짐도 싸다 보니 실감이 나요. 모든 게 처음이라 걱정도 앞서요. 말이 잘 통할지. 이럴 줄 알았으면 단어라도 열심히 외울 걸 그랬어요. 호호.” 그래도 박지수는 평소 틈틈이 영어 공부를 하며 새로운 무대를 꿈꿔 왔다고 했다. 중학교 영어 교사로 일하는 고모의 조언도 꾸준히 받았다.

 라스베이거스 훈련 캠프는 29일 시작되지만 구단 측에선 빠른 적응을 위해 박지수를 조기 소집하며 항공권과 호텔, 차량 등을 제공하기로 했다. 그만큼 박지수에 대한 기대감이 커 보인다.

 박지수의 1차 목표는 다음 달 17일 발표되는 12명 최종 엔트리 진입이다. 그 가능성에 대해 그는 “현재로선 50% 정도로 본다. 미국 가면 100%로 끌어올리기 위해 부딪쳐 보겠다”고 말했다. 양원준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사무총장은 “과거 김계령, 고아라 등이 WNBA 훈련 캠프에 참가한 적이 있지만 최종 로스터에 들지 못했다. 이들과 달리 박지수는 드래프트를 거치며 실력을 인정받았기에 선발 가능성은 높다”고 말했다.

 193cm의 장신에 16세 때 처음 대표로 뽑힌 박지수는 “라스베이거스 구단 측에서 적극적인 포스트 플레이와 득점력을 원한다고 들었다. 어떤 역할이든 소화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시즌 WKBL에서 박지수는 외국인선수와 국내 선수를 합쳐 리바운드 2위(12.9개)에 올랐으며 블록슛은 전체 1위(2.5개). 득점은 14.2점으로 10위였다.

 지난주 일본 도쿄의 한 병원에서 무릎, 발목 등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검사 결과를 들어 장도를 향한 발걸음이 가볍기만 하다.

 커다란 이민 가방 몇 개를 갖고 간다는 박지수에게 꼭 챙길 아이템이 뭔지를 물었다. “우선은 책입니다. 영어 회화나 단어 위주요. 그다음은 밑반찬 같은 먹을거리예요. 같이 가는 엄마는 외국 음식을 잘 드시지 못하거든요.”

 어머니부터 챙긴 박지수는 “전 동남아나 유럽이나 어딜 가든 현지 음식과 잘 맞아요. 대표팀에서 인도 대회에 나갔을 때 커리와 난이 정말 맛있더라고요”며 웃었다.

 박지수의 인스타그램에는 태극기를 두 팔로 떠받드는 듯한 사진이 있다. 대표팀 시절 진천선수촌에서 찍은 것이다. “국제 경쟁력이 살아나야 침체된 한국 여자농구 인기도 다시 올라간다고 들었어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을 즐기고 싶어요.”

 한국 여자농구의 대들보는 자신의 어깨를 누르는 부담까지도 감당할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김종석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