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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바 인수 앞둔 한미일 연합군에 ‘중국 장애물’

도시바 인수 앞둔 한미일 연합군에 ‘중국 장애물’

Posted April. 16, 2018 07:37,   

Updated April. 16, 2018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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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의 일본 도시바메모리 인수전이 마지막 능선을 넘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 무역 분쟁을 겪고 있는 중국이 베인캐피털(미국)이 이끄는 한미일 연합의 도시바메모리 인수에 대한 반독점 승인 심사를 미루고 있는 탓이다. 미중 힘겨루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SK하이닉스가 그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13일(현지 시간) “중국이 한미일 연합의 도시바 인수, 퀄컴의 네덜란드 NXP반도체 인수 등 미국 기업이 관련된 인수합병(M&A) 거래 승인에 대한 검토를 지연시키고 있다. 미국과의 무역 분쟁이 주된 이유”라고 복수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지난해 9월 도시바 본사와 계약을 체결한 한미일 연합은 당초 올해 3월 말까지 도시바메모리 인수를 마무리짓는 것이 목표였다.

 한미일 연합이 도시바메모리 인수를 최종 마무리하려면 반도체 수급이 많은 주요 8개국에서 반독점 심사를 받아야 한다. 도시바메모리 매각안은 이미 일본, 유럽연합(EU), 브라질 등 7개국에서 승인을 받았지만, 중국 정부만 승인을 하지 않고 있다. 도시바 내부 관계자도 WSJ를 통해 “미중 사이 무역 긴장감이 높아지면서 중국 정부의 검토 절차가 중지된 상태”라고 밝혔다.

 반도체 업계는 중국과 미국의 패권다툼이 근본 원인이라 진단하고 있다. 양국이 국제 통상질서를 놓고 주도권 싸움을 벌이면서 중국 정부가 미국 기업이 관련된 수십억 달러 규모 M&A 거래에 대한 검토를 일부러 지연시키고 있다는 뜻이다.

 당장 쫓기는 것은 한미일 연합과 도시바 측이다. 양측이 만약 6월 도시바 주주총회가 열리기 전까지 중국 정부의 승인을 얻어내지 못할 경우 도시바에서 도시바메모리 매각 철회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이를 빌미로 매각 철회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WSJ도 “중국의 승인 지연이 장기화되면서 도시바의 도시바메모리 매각 철회 가능성이 생길 수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미국 자회사 웨스팅하우스 파산으로 급격히 악화됐던 도시바의 재무상황이 최근 대규모 유상증자 등을 통해 개선된 점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당초 3월 말로 예상됐던 중국 정부의 승인이 지연됨에 따라 도시바가 아예 도시바메모리의 최근 시장 가치를 반영해 매각가 인상을 요구할 기회를 얻었다는 관측도 있다.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통상 반독점 심사에 대한 서류 검토는 보름 정도가 소요된다. 이달 13일까지 중국 정부의 승인이 나지 않았다는 것은 중국이 4월도 넘기겠다는 의미며 이제 주주총회 전까지 도시바, 한미일 연합에 남은 시간은 한두 달 정도”라고 말했다.

 반대로 중국 정부 역시 언제까지 승인을 미룰 수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미 도시바메모리 매각안은 한국과 미국, 일본뿐만 아니라 EU, 브라질, 필리핀, 대만 등에서도 반독점 심사를 빠르게 통과한 상태라 중국 정부가 막연히 미룰 만한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는 일단 신중히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인수전에 직접 지분을 참여한 게 아니라 베인캐피털이 인수를 위해 세운 특수목적법인(SPC)에 전환사채(CB) 투자 금액 대출을 해주는 형식으로 간접참여했다. 투자액은 약 4조 원이다.


서동일 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