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찬밥’ 대접받던 푸틴, 외교무대 ‘파워맨’으로

‘찬밥’ 대접받던 푸틴, 외교무대 ‘파워맨’으로

Posted August. 19, 2016 07:16,   

Updated August. 19, 2016 07:51

日本語
 2년 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은 외교 무대에서 찬밥 신세였다. 2014년 3월 크림 반도 침공 이후 거센 비판이 쏟아지자 11월 호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푸틴 대통령은 폐막에 앞서 도망치듯 출국했다.

 그런 푸틴 대통령이 2년 만에 ‘대세남’이 됐다. 중국 정부는 푸틴 대통령이 다음 달 4, 5일 중국 항저우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의 최고 주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동남아 국가들과, 동중국해에서 일본과, 그리고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관련해선 한국, 미국과 외교 마찰을 빚고 있다. 러시아를 외교전의 우군으로 얻는 것이 절실하다. 러시아 또한 크림 반도 침공 이후 서방의 경제 제재를 뚫는 활로로 중국의 자본과 시장이 필요하다. 2012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취임 후 미국을 견제하며 밀접해진 중-러 관계가 G20 회의를 통해 한층 돈독해질 것으로 보인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4일 “1972년 당시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이 팽창하는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했는데, 약 반세기 만에 미국을 견제하려 푸틴이 중국을 방문한다”고 아이러니한 상황을 전했다.

 영국 터키 인도 등도 각자의 셈법 속에 푸틴의 마음 사로잡기에 나섰다. 유럽연합(EU) 탈퇴를 선언한 영국의 테리사 메이 총리는 8일 푸틴 대통령과 첫 전화 통화를 한 뒤 양국의 교류 확대를 시사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쿠데타 제압 이후 러시아와의 협력 강화에 공들이고 있다. 북한도 예외가 아니다. 광복절을 맞아 북-러가 친서를 교환한 것에 대해 뉴스위크는 15일 “북한은 양쪽 친서 내용까지 공개한 반면 러시아는 친서 교환 사실조차 확인해주지 않았다”며 “북한이 더욱 공을 들이는 모습”이라고 평했다.

 최근 러시아 기술로 핵발전소를 완공한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10일 “푸틴은 훌륭한 지도자이며 G20 회의에서 따로 만나길 기대한다”고 애정 어린 메시지를 전했다. 이란은 16일 시리아 폭격에 나선 러시아 전투기들을 돕기 위해 자국의 공군 기지까지 내주는 호의를 베풀었다.

 푸틴 대통령의 부상은 미국의 실정(失政)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이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와의 전쟁과 이란의 핵협상 합의안 이행에 러시아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어서 경제 제재를 비롯한 러시아 견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폭스뉴스는 15일 “크림 반도 침공 이후 1년 동안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을 20번 만났고, 푸틴 대통령을 2번 만났다”면서 “러시아는 고립될 틈이 없었다”고 꼬집었다. 난민 문제와 테러 등으로 유럽이 분열되고 미국이 대선 정국으로 어수선한 것도 푸틴 대통령이 힘을 키우기에 좋은 조건이다.

 게다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가 들고 나온 ‘고립주의’도 미국에 대한 우방국의 신뢰를 갉아먹고 푸틴 대통령의 행동반경을 넓혀줬다. 미국 퓨리서치센터가 6월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 15개국 중 13개국에서 푸틴 대통령의 신뢰도가 트럼프를 앞섰다.

 폭스뉴스는 “푸틴은 침체된 자국 경제와 광범위한 국제적 비난에도 불구하고 최근 외교가에서 상한가를 치고 있다. 푸틴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능숙하게 다루며 자신의 가치를 한층 높였다. 푸틴에게 더 이상 (러시아에 호의적인) 트럼프는 필요하지 않다”고 보도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