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후배 작곡가들, 베토벤 ‘화음’ 가장 많이 따라해”

“후배 작곡가들, 베토벤 ‘화음’ 가장 많이 따라해”

Posted March. 24, 2020 08:09,   

Updated March. 24, 2020 08:09

日本語

 26일은 올해 탄생 250주년을 맞은 ‘음악의 성자’ 베토벤의 서거 193주년 기념일. 4월 1일은 후기낭만주의 작곡 거장 라흐마니노프의 탄생 147주년 기념일이다. 지난달 KAIST 문화기술대학원 박주용 교수 팀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고전음악 작곡가 중 가장 영향력이 컸던 작곡가는 베토벤, 가장 혁신적인 작곡가는 라흐마니노프’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어떤 방법을 사용했을까. 왜 베토벤과 라흐마니노프일까.

 20일 전화로 만난 박 교수는 “같은 음이 동시에 울리는 한순간의 화음(chord)이 그 다음 화음으로 연결되는 패턴을 분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서 리듬이나 음색 같은 요소는 계산하지 않았다. 새로운 화음 연결을 많이 시도할수록 혁신적인 작곡가, 새로운 화음 연결의 시도를 후배 작곡가들이 많이 따라할수록 영향력이 큰 작곡가로 분석됐다는 설명이다. 여러 조(調·key)의 화음을 하나의 조로 맞추는 평균화(normalization)는 하지 않았다.

 음악 팬들에게는 대체로 ‘음악의 천재는 모차르트’, ‘라흐마니노프는 센티멘털리스트이고 혁신과는 거리가 있는 인물’이라는 선입견이 있다. 이번 결과가 의외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는 이유다.

 박 교수는 “하이든이나 모차르트 같은 고전주의 작곡가들은 기존의 음악문법에 따라 작곡한 경향이 짙고 새로운 화음은 덜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라흐마니노프 같은 후기낭만주의 작곡가들은 상대적으로 독자적인 음악문법을 창안하려는 경향이 짙어 화음의 혁신성이 크게 나타난다는 것.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신(新)빈(Wien)음악파’로 대변되는 현대음악 작곡가들은 아예 새로운 음악문법을 각각 사용하기 때문에 연구에서 제외했다고 그는 말했다. 수많은 음악가의 화음을 일일이 입력하려면 힘이 많이 들지 않았을까. 박 교수는 “컴퓨터 음악에 사용되는 미디(MIDI)파일로 편곡된 악보가 많아 방대한 양의 입력이 가능했다”고 밝혔다.

 혁신성과 영향력에서 베토벤과 라흐마니노프 다음은 누구일까. 혁신성은 라흐마니노프 바흐 멘델스존 브람스, 영향력은 베토벤 슈베르트 쇼팽 리스트 순으로 나타났다. 단, 영향력의 경우 ‘선배’일수록, 20세기 초에서 더 먼 작곡가일수록 후배에게 미친 영향이 높게 나타나는 ‘반사이익’이 있다고 박 교수는 말했다.

 그는 2015년 ‘같은 음반에 함께 작품이 들어가는 작곡가들 네트워크’를 빅데이터로 분석한 논문을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원래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느냐고 물었더니 “클래식과 팝, 가요 등 여러 음악을 좋아한다”고 답했다.

 “저는 통계물리학자죠. 과학의 창의성과 예술의 창의성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번 연구도 예술을 즐기는 방법으로 받아들여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이런 연구를 통해 정교한 예술기법에 정통하지 않은 일반인도 꽤 완성도 높은 예술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창의성 기술’을 만드는 게 중요한 목표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