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누구를 위하여 올림픽은 열리나

Posted March. 20, 2020 08:16,   

Updated March. 20, 2020 08:16

日本語

 누구를 위하여 올림픽은 열리나. 올림픽 개막이 다가올 때면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마지막 날이었던 8월 30일. 브라질의 마라톤 선수 반데를레이 지 리마는 42.195km 중 5km를 남겨 놓고 2위보다 수백 m 앞선 채 달리고 있었다. 속도로 보면 2위보다 25초가량 빨랐다. 리마가 우승하는 듯했다. 사건이 일어난 건 경기에 대한 관심이 최고조에 달했던 이때였다.

 관중 속에서 베레모를 쓰고 치마를 입은 특이한 복장의 사람이 뛰쳐나와 리마를 덮쳤다. 괴한은 리마를 도로 옆 관중 속으로 끌고 가다시피한 뒤 쓰러뜨렸다. 놀란 사람들이 괴한을 붙잡았을 때 괴한은 자신의 몸에 세상의 종말이 다가오고 있다는 문구를 두르고 있었다. 괴한은 아일랜드의 종말론자였던 코넬리우스 호런이었다. 그는 곧 이 세상이 끝난다는 자신의 주장을 널리 알리기 위해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된 올림픽의 꽃 마라톤을 노렸다. 눈길을 끌기 위한 기이한 옷을 입고서.

 이 장면이 상징적인 이유는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이 특정 목적이나 이익을 노리는 이에 의해 이용되거나 쓰러질 수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결국 리마는 불굴의 의지로 다시 일어나 3위로 골인했지만 호런의 행위는 세계적인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여전히 누군가가 혹은 어느 단체나 국가가 자신의 목적이나 이익만을 지나치게 내세울 경우 호런이 리마를 쓰러뜨린 것처럼 올림픽이나 선수들을 희생시킬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를 휩쓸고 있는 지금 2020 도쿄 올림픽은 기로에 서 있다. 올림픽 연기나 취소에 대한 국제 여론의 압박은 커지고 있지만 일본이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모두 공식적으로는 강행 의지만을 표명하고 있다. 참가자들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는 듯한 이 같은 모습에 선수 및 스포츠인들의 불만과 불안은 커지고 있다.

 일본과 IOC의 강행 입장 근거는 7월 24일로 예정된 올림픽 개막 때까지는 4개월의 시간이 남아 있고 그 사이에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언제 어떻게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될지는 모른다. 일본과 IOC는 대안 없이 불확실한 희망 속에 머물고 있다.

 일본은 여러 정치·경제적 효과를 지닌 올림픽을 일본 부흥의 방아쇠로 여긴다고 한다. 수십조 원을 쏟아 부어 준비한 올림픽을 연기 또는 취소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다고 타인의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다. 큰 이익이 걸려 있을지언정 그 이익 때문에 아무리 소수라도 타인의 희생을 강요할 수 없다는 것이 ‘정의론’(존 롤스)의 주장이다. 누구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의 희생을 강요하면 남는 것은 야만뿐이다. 올림픽과 관련된 금액이 아무리 커 보여도 사람의 목숨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또 하나의 배금주의일 뿐이다. 인류의 화합을 추구한다는 올림픽 정신과는 맞지 않다. 세계 각국 언론에서 지금 중요한 건 돈과 정치적 이해관계에 앞서 ‘옳은 일을 할 수 있느냐’라는 지적이 나오는 건 그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무리한 결정을 할 경우 일본은 자국 이익을 위해 세계인을 들러리 세우고 희생시킨다는 비판과 마주할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계속 악화되면 선수단 및 관광객이 대규모로 불참해 어차피 대회를 정상적으로 치르기가 힘들다. 따라서 일본은 “올림픽을 강행하겠다”는 주장만 펼 게 아니라 올림픽 연기나 취소를 포함한 다양한 상황에 대비하는 열린 자세로 바뀌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돼 대회가 예정대로 열린다면 가장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차선책을 마련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또한 일본의 눈치만 보고 있다는 비판을 듣고 있는 IOC도 보다 적극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IOC는 세계인의 건강과 직결된 이 사태와 관련해 의사결정 과정을 공개하고 더 많은 의견을 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거액의 돈과 정치적 이해관계로 얽힌 올림픽 당사자들이 과연 객관적이고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느냐는 국제사회의 의문은 커져만 갈 것이다.

 누구를 위한 올림픽인가. 올림픽이 진정 세계인을 위한 축제라면 그 속에서 모두가 안전하고 즐거워야 한다.


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