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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이 부른 ‘지구촌 단절’, 국가안보 차원의 전략 세워야

팬데믹이 부른 ‘지구촌 단절’, 국가안보 차원의 전략 세워야

Posted March. 13, 2020 08:06,   

Updated March. 13, 2020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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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어제 영국을 제외한 유럽에서 미국으로 오는 모든 여행객의 입국을 향후 30일간 중단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가 유럽 전역으로 번지면서 사태 초기 중국에 실행해온 조치를 유럽대륙에도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앞서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 확산에 대해 전염병 최고 경보단계인 ‘팬데믹(대유행)’을 공식 선언했다.

 슈퍼파워 미국의 대유럽 인적 교류 차단은 유례를 찾기 힘든 초강력 조치다. 미국에 있어 유럽은 대다수 국가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이자 긴밀한 인적·물적 교류로 엮인 ‘서방 공동체’다. 그런 유럽대륙과의 인적 왕래 단절은 흡사 제1, 2차 세계대전 당시를 연상시킬 정도다. WHO가 뒤늦게 팬데믹을 선포하며 각국에 보다 공세적 행동을 촉구하자마자 트럼프 대통령은 곧장 ‘국가 간 거리두기’, 나아가 ‘대륙 간 거리두기’에 나선 셈이다.

 미국의 조치는 팬데믹의 차단과 봉쇄를 위한 어쩌면 당연한 선택이겠지만, 이미 오래 전부터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침식해온 보호주의·민족주의 같은 배타주의적 역류와 무관치 않다. 중동·아프리카 난민들의 대규모 유럽행은 유럽의 극우주의 득세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나아가 미국의 트럼프주의로 이어졌다. 반(反)이민 장벽을 세우고 무역전쟁을 불사하며 보호주의 장벽을 높인 미국이다. 여기에 ‘바이러스 고립주의’ 장벽까지 추가한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은 이미 세계경제에 퍼펙트 스톰의 공포를 불러왔다. 각국 증시는 일시적 반등이 무색하게 맥없이 주저앉고 있다. 그간의 글로벌 경제위기가 금융부문에서 온 것이라면 이번 위기는 교역과 생산이 막히며 실물경제의 뿌리까지 흔들고 있어 충격은 더욱 깊을 것이다. 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쓰러지고 개인 파산이 많아지면 국가경제의 붕괴 위기에 몰리는 나라도 나올 수 있다. 나아가 방역을 내세운 이동 제한과 사생활 침해 같은 권위주의도 횡행하기 마련이다.

 한시적인 단절과 차단이 세계화·정보화의 도도한 물결로 생성된 초연결 지구촌을 무너뜨리진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 심리적 후유증은 큰 트라우마로 남아 국제적 행동양식을 바꿀 것이다. 이제 팬데믹은 ‘새로운 현실’이고, 한국은 그 한복판에 있다. 코로나 확산세가 멈췄다고, 미국의 입국금지에서 빠졌다고 안도할 처지가 아니다. 철저한 방역은 물론 국제적 공조외교, 민생경제 부양책 같은 신속한 대응과 함께 국가안보 차원의 총체적 전략 수립에 나설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