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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하게 버티다

Posted January. 13, 2020 08:12,   

Updated January. 13, 2020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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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판용) 2018년 여름 스웨덴 예테보리시 토르슬란다에 위치한 볼보자동차 생산 공장을 방문한적이 있다. 볼보 관계자에게 10년 전 일을 물었다. 2008년 금융 위기 당시 볼보의 경영상황 악화로 중국 지리자동차에 인수될 때다. 공장 생산량이 30% 정도 줄어들자, 본사와 공장 직원 약 2500명이 해고됐다. 

볼보는 9명의 이사회 임원 중 3명이 노조 위원들로 구성돼 있다. 노조 힘이 강력한 대표적인 국가다. 하지만 격렬한 파업 따윈 없었다. 노조는 현실을 직시하고 오히려 사측에게 인기 모델을 만들어 다시 고용을 회복시켜 달라고 요구했다. 볼보 관계자는 “파업을 언제 했는지 기억조차 안난다”며 “노조는 강하지만 회사 사정에 유연하게 대처한다”고 말했다. 현재 볼보 토르슬란다 공장은 잘 나가던 시절의 근로자 수와 생산성을 회복했다.

하지만 2020년 새해 한국의 자동차 업계의 화두는 ‘파업’ 이었다. 기아차 노동조합은 13·17일 까지 부분 파업을 진행한다. 지난해 임금 및 단체협상에 관한 사측과의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파업에 지친 르노삼성은 아예 회사 공장을 문 닫는 직장폐쇄를 선언했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공장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하던 닛산 ‘로그’ 위탁 생산이 끊기는 등 경영 상태가 급격히 안 좋아졌다. 사측은 후속 모델인 XM3 물량을 본사로부터 확보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인 만큼 노사간 고통 분담을 호소했다. 하지만, 노조는 강도 높은 파업을 진행했다. 2018년과 2019년에만 부분·전면 파업을 500시간 가량 진행했다. 회사가 입은 누적 매출 손실만 450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가까스로 2019년 임금 교섭에 합의하면서 파업을 진행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상생협약서도 썼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2020년도 임단협을 두고 갈등을 벌이더니, 예고 없이 파업을 진행하거나 조합원들을 특별히 지면해 파업을 하도록 하는 지명 파업 등의 다양한 파업 전술을 구사했다. 지난달 20일 이후 진행된 기습 파업으로 약 1100억 원의 생산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회사는 현재 상황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며 직장폐쇄라는 강수를 추진했다. 기한도 없는 무기한 직장폐쇄다.르노삼성 부산공장은 세계 느로 공장 중 시간당 인건비가 제일 높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노조는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서울로 올라와 상경 투쟁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국내 자동차 생산량이 400만대 아래로 떨어졌다. 2008년 금융기 당시 수준으로 생산량이 줄어든 것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400만 대를 심리적인 마지노선을 보고 있었다. 이 수치가 깨진다는 건 우리나라 자동차 업계가 웅츠려 들고 있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이유야 다양하겠지만 고질적인 노사 대립가 자리잡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지난해 현대차를 제외한 모든 업체 노조가 파업을 진행했다.

주요업체들의 파업으로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생산량이 위축될 수 밖에 없다. 지난해 국내 5개 완성차 업체들으 내수 판매는 약 153만대, 해외 판매는 639만대 수준이었다. 이는 전년 보다 각각 -0.8%, -4.5% 줄어든 수치다. 

파업은 법에 보장된 권리지만, 직장과 기업이 없다면 권리는 아무 소용이 없어진다. 10년 전 스웨덴 토르슬란다 공장을 떠나던 근로자들은 파업 할 용기가 없어서 파업 깃발을 들지 않았을 까? 라는 생각이 든다.

--------- 한노총 이야기--- 파업은 자동차 업계만의 이야기도 아니다. 민초총이 대부분의 파업 중심에 있었지만, 양대노총의 하나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노총)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민노총에 밀려 제1노총의 지위를 잃게 되자 온건하다고 평가 받는 한노총 내부에서도 ‘강한 한국 노총’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제 27대 임원 선거 후보자 토론회에서 일부 후보들은 “한국노총이 투쟁 깃발을 제대로 높이지 못해 현장에서 신뢰 잃었다” "대통령과 맺었다고 한들 한노총이 바로 설 수 있다면 정책협약 할아버지라ㅗ 파기해야한다“고 언급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민노총과 한노총이 강대강으로 나오면 산업계 전반이 흔들린다“며 ”매 순간이 살얼음 판이다. 기업하기 정말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변종국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