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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이라크에 공습전 ‘귀띔’...인명피해 피한 美‘확전 자제’ 봉합

이란, 이라크에 공습전 ‘귀띔’...인명피해 피한 美‘확전 자제’ 봉합

Posted January. 10, 2020 08:54,   

Updated January. 10, 2020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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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 시간) 이란의 이라크 내 미군기지 미사일 공격에 대해 군사적 대응을 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확대일로를 걷던 양측의 갈등은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이란은 미사일 발사 전 이라크에 이를 미리 통보하는 등 미국과의 전면전을 피하기 위한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사망에 대한 이란 내 보복 여론이 여전히 거센 데다 시아파 민병대의 추가 공격 등 변수가 있어 언제든 위기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의 미사일 공격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예상보다 낮은 수위의 대응을 한 것은 미국인 사상자가 없었던 데다 11월 대선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동 지역 전쟁은 피해야 할 최악의 시나리오로 꼽힌다. 현역병 52만여 명과 사거리 2000km 이상의 중거리탄도미사일을 보유한 이란과의 전면전은 미국으로서도 부담스럽다. “미국은 더 이상 세계의 경찰이 아니다”라며 중동을 비롯한 해외 분쟁에서 발을 빼겠다는 공약과도 어긋난다.

 그런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인 사상자가 한 명도 없다는 점 △이란이 향후 추가 공격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점 △이란이 공격 계획을 미리 이라크에 알린 점 등은 ‘이 정도에서 봉합이 가능하겠다’고 판단한 근거가 됐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대해 공화당 전략가인 앨릭스 코넌트 등을 인용해 “강하게 엄포를 놓되 실제 무력 충돌은 피한다는 지금까지의 외교정책 패턴에 맞아떨어진다”며 “대선을 앞두고 강한 이미지를 만들면서도 중동에서의 끝없는 전쟁을 끝내길 원하는 지지자를 달래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스위스가 이란의 공격 계획을 인지하고 이후 중재하는 데 모종의 역할을 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미국은 이를 통해 사전에 기지 내 병력을 벙커로 대피시켰다. 실제로 백악관 상황실에 외교안보라인 핵심 참모가 모인 시간은 7일 오후 2시였다. 이란의 공격(오후 5시 반)이 벌어지기 3시간 반 전부터 공격 징후를 파악하고 있었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은 에너지 자립을 이뤄냈고, 이런 역사적인 성취는 우리의 전략적 우선순위를 바꿔놓았다”며 “우리는 독립적이며, 더 이상 중동의 석유가 필요 없다”고 단언했다. 대(對)중동 전략의 전환에 따른 향후 철군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중동에 더 관여할 것을 촉구하겠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중동 문제에서 발을 빼고 유럽의 이웃 국가들이 그 자리를 메워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대로 미국-이란의 충돌 국면이 마무리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예상치 못한 ‘돌발변수’가 발생하면 언제든 화약고에 다시 불이 붙을 수 있다. CNN에 따르면 당장 8일 밤 12시경 주이라크 미국대사관이 있는 바그다드의 ‘안전지대’(그린존)에 로켓포 2발이 발사돼 한때 긴장이 고조됐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 · 카이로=이세형특파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