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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열풍 탄 TOPIK, ‘한국판 토플’로 키운다

한류열풍 탄 TOPIK, ‘한국판 토플’로 키운다

Posted January. 09, 2020 07:51,   

Updated January. 09, 2020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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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꺅! 제가 3급에 합격했어요. 쓰기 영역은 점수를 조금밖에 못 받았지만 듣기와 읽기 점수를 높게 받다니 너무 좋아요.”

 K팝, 한국 드라마, 한국 여행 등 한국과 관련한 콘텐츠를 영어로 만들어 구독자가 15만 명에 이르는 영국인 유튜버 엠쌤은 최근 자신의 한국어능력시험(TOPIK) 응시 결과를 확인하는 영상에서 소리를 지르며 좋아했다. 중급에 해당하는 TOPIK 3급은 국내 대부분 주요 대학들이 유학생에게 요구하는 성적이다. 이 게시물에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자신이 딴 TOPIK 급수를 자랑하는 댓글이 달렸다.

 한류 열풍이 거세지면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외국인도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상황.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외국인이나 재외동포의 한국어 사용 능력을 평가하는 TOPIK은 지난해 83개국에서 37만 명이 지원했다. 이런 현상을 반영해 TOPIK이 2022년부터 IBT(Internet Based Test) 방식으로 전환된다. 현재의 PBT(Paper Based Test) 방식은 문제지 인쇄와 배송, 답안지 수거 등이 오래 걸려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외국인 수요를 감당할 수 없어서다.

 1997년 지원자 2692명으로 시작한 TOPIK은 지난해 말 기준 누적 지원자가 282만5263명에 달한다. TOPIK을 주관하는 교육부 산하 국립국제교육원에 따르면 지원자는 최근 3년간 연평균 15%씩 증가했다. 12일 시행되는 2020년 첫 시험 응시자는 3만6000여 명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20% 급증했다. 올해 총 지원자는 45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응시생 증가의 가장 주요한 이유는 한류 열풍이다. 국립국제교육원 관계자는 “방탄소년단(BTS)으로 대표되는 한류 때문에 한국어를 배우고 실력을 검증해보려고 TOPIK을 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한류로 한국어에 호기심을 갖게 된 것을 넘어서서 한국에 유학을 오거나 관련 직업을 가지기 위해 TOPIK에 응시하는 외국인도 많다. 한국 대학·대학원에서 공부하거나 취업 비자를 획득하려면 TOPIK 성적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TOPIK의 인기는 특히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커지고 있다.

 베트남은 연간 TOPIK이 치러지는 횟수가 5회로 가장 많다. 베트남에서는 한국어를 할 줄 알면 급여 수준이 2배로 올라가는데다 박항서 축구 감독의 인기까지 더해져 한국어 열풍이 불고 있기 때문이다.

 미얀마와 네팔의 경우 한국에 취업하려는 수요가 많아서 TOPIK 접수일이면 새벽부터 접수처 앞에 장사진이 이어지고, 시험일에는 시험장 주변 숙소가 동날 정도다.

 동티모르에서 TOPIK을 가르치는 한 강사는 “한국 콘텐츠가 인기라서 수업 중 BTS 음악과 한국 드라마를 활용한다”며 “임금이 높은 한국에서 일하기 위해 한국어를 공부하는 걸 보면 마음이 벅차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TOPIK 지원자의 86%는 10대와 20대다. 

 국립국제교육원은 TOPIK을 IBT 방식으로 전환하면 현재 연간 최대 6회인 시험 횟수를 12회까지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를 위해 문제은행 시스템도 도입할 방침이다. 지금은 시험마다 출제위원들이 대학수학능력시험처럼 합숙을 하며 철저한 보안 속에 문제를 출제한다.

 IBT 방식은 2022년 한국을 비롯해 응시 수요가 많고 IT 기반이 뒷받침되는 중국 일본 대만 베트남 등에 우선 도입된다. 아프리카처럼 IT 인프라가 부족한 국가까지 확대하는 데는 4년 정도가 걸릴 전망이다. IBT 방식과 문제은행 시스템 도입으로 TOPIK을 토플처럼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시험으로 만들겠다는 게 국립국제교육원의 목표다. 

 IBT 방식은 현재 실시 중인 △듣기 △읽기 △쓰기(TOPIK Ⅱ만 응시) 영역과 내년에 처음 도입되는 말하기 영역에 모두 적용된다. 말하기 영역은 개별 인터뷰로 실시하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평가자의 주관이 개입될 수밖에 없는 만큼 내년부터 우선적으로 IBT 방식을 도입한다. 하지만 당분간 나머지 영역이 PBT 방식으로 실시되는 만큼 말하기 영역은 지원자가 응시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국립국제교육원은 TOPIK이 전 세계적으로 IBT 방식으로 완전히 전환되면 말하기 영역도 필수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최예나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