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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통 1년된 지하철역 표시안된 구글맵

Posted December. 26, 2019 08:16,   

Updated December. 26, 2019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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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희 집을 찾을 수 없어.”

 서울 강동구 주민 최모 씨는 연말 휴가를 맞아 한국에 놀러 와 자신의 집에서 묵기로 한 호주인 친구로부터 “알려준 지하철역이 지도에 없다”는 다급한 연락을 받았다. 지하철 9호선 중앙보훈병원역 근처에 사는 최 씨는 교통 사정을 고려해 인천공항에서 강동구까지 공항철도와 지하철을 이용할 것을 권했다. 하지만 공항에 도착한 친구가 노선을 찾으려 켠 ‘구글맵’에는 중앙보훈병원역이 아예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구글맵의 한국 지도정보 업데이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25일 기준 구글맵에는 개통한 지 1년이 넘은 지하철 9호선 연장구간(종합운동장역∼중앙보훈병원역)뿐만 아니라 2017년 9월 개통한 우이신설선이 반영되지 않고 있다. 또 입주 1년이 넘은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가 이젠 존재하지 않는 ‘가락시영 1, 2차 아파트’로 표시된다. 이보다 먼저 완공된 동작구 래미안이수역로이파크 역시 예전의 다세대주택 밀집지역으로 나오는 등 대규모 재개발 역시 업데이트되지 않았다. “거의 실시간으로 작은 점포 정보까지 업그레이드되는 최근의 지도 애플리케이션 산업 흐름에서 보면 구글맵은 한국에선 고(古)지도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보기술(IT) 업계는 구글맵이 2017년부터 약 3년간 한국 지형에 대한 업데이트를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2016년 11월 한국 정부가 안보 등의 사유를 들며 구글이 요청한 1 대 5000 비율의 고정밀지도 해외 반출에 대한 불허 결정을 내린 직후다. IT 업계는 구글이 이를 핑계로 사실상의 ‘태업’을 벌이며 불편을 방치하고 있지 않나 의구심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구글코리아 관계자는 “한국 내 사용자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지형정보 업데이트가 이뤄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선 정확한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사용자 수가 10억 명(2018년 기준)을 넘어선 구글맵이 사실상 글로벌 관광산업의 ‘최종 플랫폼’ 역할을 하기 때문에 구글맵의 최근 상황은 한국을 찾는 여행객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가이드나 차량을 제공받지 않는 해외 여행객의 대부분이 구글맵으로 목적지로 가는 경로를 찾는다. 또 식당, 호텔, 교통을 비롯한 관광 관련 업체·기관들, 또 이들에 대한 정보를 모아 제공하는 예약 플랫폼 업체들 역시 ‘구글비즈니스’에 등록하는 방식으로 구글맵을 통해 서비스를 한다.

 하지만 제대로 업데이트가 되지 않은 한국에선 구글맵에 의존하는 관광객들이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최 씨는 “외국인들은 IT 강국 한국에서 구글맵으로 대중교통조차 제대로 찾지 못한다는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며 “이들에게 생소한 네이버, 카카오 지도를 이용하라는 것도 무리”라고 말했다. 관광업계도 마찬가지다. 서울 한 식당 관계자는 “구글맵에 제대로 반영이 되느냐 여부에 따라 외국인 관광객의 식당 예약률이 천차만별”이라며 “제대로 표시되지 않은 지역의 점포는 관광객 영업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IT 업계는 구글이 고정밀지도 반출 허가와는 별개로 주요 정보 업데이트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구글은 이미 SK텔레콤의 지도 데이터에서 주요 보안시설을 삭제한 뒤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고정밀지도를 해외 서버에 저장한다고 안보에 해가 된다는 건 과거의 사고방식”이라며 정부의 고정밀지도 반출 불허 결정을 재고해야 한다고 봤다.


황태호 tae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