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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잎 불법처리에… 집단癌 ‘죽음의 마을’로

담뱃잎 불법처리에… 집단癌 ‘죽음의 마을’로

Posted November. 15, 2019 08:33,   

Updated November. 15, 2019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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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북 익산 장점마을 주민 99명 중 22명이 암에 걸리고 14명이 사망한 이유가 마을 인근의 비료공장에서 배출한 발암물질 때문이라는 정부의 최종 조사 결과가 나왔다. 여러 가지 이유로 발병할 수 있는 비특이성 질환(암)에 대해 정부가 역학적 관련성을 인정한 첫 사례다. 그간 정부는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폐섬유화, 석면으로 생기는 악성중피종 등 발병 원인이 명확한 질병에 대해서만 역학적 관련성을 인정해 왔다.

 환경부는 14일 익산 국가무형문화재 통합전수교육관에서 ‘장점마을 주민건강 영향조사 최종 발표회’를 갖고 이런 결과를 공개했다. 평온하게 살던 장점마을 주민들은 2001년 마을에서 500m 떨어진 곳에 ‘금강농산’이란 비료공장이 가동되면서 암에 걸리기 시작했다. 마을 주민들은 금강농산이 2017년 4월 문을 닫을 때까지 5명 중 1명꼴로 암에 걸렸다. 주민들은 간암, 피부암, 담낭암, 담도암, 위암, 폐암, 유방암 등 다양한 암을 앓았다.

 금강농산은 담배를 만들고 남은 찌꺼기인 ‘연초박’과 음식물 쓰레기 등을 재료로 유기성 비료를 생산했다. 그런데 발효시켜 퇴비로만 사용해야 하는 연초박을 300도 이상 고온에 건조시켜 유기질 비료로 생산한 것이 암 발병의 직접적인 원인이었다고 환경부는 설명했다. 고온건조 과정에서 나온 발암물질들이 대기 중으로 퍼져 주민들이 무방비로 노출된 것이다. 장점마을 주민들의 암 발병률은 전국 표준인구 집단에 비해 2∼25배 수준으로 높았다.

 환경부는 암에 걸린 주민들에게 의료비와 피해보상비를 지급할 방침이다. 금강농산은 이미 파산해 배상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이에 주민들은 연초박을 납품한 KT&G, 관리감독 소홀을 이유로 익산시와 전북도, 정부 등에 사과와 피해자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강은지기자 kej09@donga.com · 익산=박영민기자 minpr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