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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전략경쟁이 동아시아 질서 무너뜨린다

미중 전략경쟁이 동아시아 질서 무너뜨린다

Posted November. 13, 2019 08:40,   

Updated November. 13, 2019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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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집권 이후 3년간 국제사회의 자유주의 국제질서에 심각한 ‘파편화’가 발생했다. 이 질서의 붕괴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현재의 국제질서가 무너지면 인류는 피할 수 없는 깊은 동요와 불황, 심지어 폭력과 전쟁의 곤경에 빠질 것이다.

 냉전이 끝난 뒤 미국의 힘은 쇠락하지 않았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중·하층 백인의 오래된 불만과 세계화에 대한 적대가 미국 국내 정치를 짓누르고 있다는 점이다. 1980년대 이래 미국 국민의 재산 증가는 주로 ‘금융자본주의’에 의존했다. 제조업을 유지할 필요가 없었다. 1980년대 말 이래 대량의 미국 제조업이 외국으로 빠져나가고 미국은 반도체 칩과 비행기 자동차 등 중요한 제조업만 남겼다. 제조업의 해외 이전으로 많은 일자리가 사라졌다.

 트럼프의 미 대선 승리는 자신을 미국 중·하층 백인의 대변인으로 형상화한 덕분이다. 대외정책에서, 특히 대(對)중국 정책에서 트럼프는 걸핏하면 중국이 “미국 시장 개방의 기회를 이용해 이익을 보고, 미국의 약점을 노리고 미국 기술을 훔쳤다”고 말해왔다.

 분명 중국은 미국에 공산품을 가장 많이 수출하는 나라다. 하지만 이는 중국인이 아닌 미국인의 잘못이다. 그럼에도 트럼프로 대표되는 백인 포퓰리즘은 자신에게서 잘못을 찾지 않고 중국에 영향을 미쳐 제조업을 되돌아오게 하려고 한다. 이것이 오늘날 미중 무역전쟁의 근본 원인이다.

 지난해 3월 시작된 트럼프의 무역 압박에 직면한 베이징은 협상과 타협, 협력을 통해 최대한 빨리 미국과 경제관계를 안정화하고자 했다. 하지만 트럼프의 관세 압박과 화웨이를 포함한 중국 첨단 과학기술 기업과 연구기관 120곳 이상이 제재에 직면하자 무역전쟁이 양국 경제 분쟁의 범주를 훨씬 넘어 미중 간 정치전(戰), 여론전, 법리전으로 변해가고 있음을 깊이 깨닫게 됐다.

 베이징의 전략은 조건부로 미국과 계속 무역협상을 유지하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국내 시장 개방으로 외국기업 투자 제한을 완화하고 세수를 낮춰 자체적인 ‘구조개혁’을 실현함으로써 미국이 이끄는 ‘구조개혁’을 피하는 것이다. 중국은 지식재산권 보호와 환율 안정화, 미국 농산품 구매 확대, 석유와 천연가스 구매 확대를 약속할 것이다. 다만 미국이 반드시 단계적으로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철폐해야 한다는 게 조건이다.

 1단계 미중 무역 합의가 이뤄져도 중국은 여전히 미국이 4000억 달러어치 상품에 부과하는 25% 관세에 직면한다. 국내 정치를 고려하면 베이징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더 나쁜 점은 중국에 대한 ‘전면적인 전략적 대립’이 이미 미국 조야, 민주 공화 양당의 공통 인식이 됐다는 것이다. 미중이 제1단계 무역 합의를 해도 미국은 중국에 대한 첨단 과학기술 전쟁을 확대할 것이다. 개방과 공정의 국제질서는 미국 국내의 정치적 요소 때문에 계속 타격을 받을 것이다. 이는 미중 간 전략적 대립을 장기화시킬 것이다.

 미중 무역전쟁은 이미 지역 경제에 실질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미중 대립이 경제와 과학기술 차원에서 자유주의 국제질서로 돌아오지 못하면 안보와 경제 번영 간 대립은 전례 없이 커질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반(反)세계화 정책이 계속되면 동아시아 질서는 큰 충격을 받을 것이다.

 중국은 미국의 압박과 국내 경제의 성장 동력 부족이라는 두 가지 어려움에 처해 있다. 이에 대응함과 동시에 중국 굴기의 전략적 추세를 유지하고 영향력을 확대해야 하는 어려운 시기다. 40년 중국 개혁개방 과정 중 전례 없는 상황이다. 미국이 일으킨 국제질서의 ‘비(非)자유주의적 전환’에서 중국이 얻은 교훈은 대국의 굴기는 영예롭지만 한편으로는 위험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