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지소미아 종료 코앞인데, 한일갈등 이대로 손놓고 있을 건가

지소미아 종료 코앞인데, 한일갈등 이대로 손놓고 있을 건가

Posted November. 04, 2019 08:19,   

Updated November. 04, 2019 08:19

日本語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아세안+3(동남아시아국가연합+한중일)’ 정상회의 등 참석차 태국을 2박3일 일정으로 방문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가 불과 3주도 남지 않은 상황이지만 이번 정상회의 중 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회담은 열리지 않는다. 칠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취소됨에 따라 지소미아 종료전 두 정상 간 마지막 만남의 기회지만 한일관계 전환의 계기를 만들지 못한 채 날려버릴 공산이 커 보인다.

 22일 밤 12시로 예정된 지소미아 종료를 앞두고 한일 양국은 전혀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이낙연 국무총리의 일왕 즉위식 참석을 계기로 화해의 손짓을 보냈지만 일본은 강제징용 문제의 진전 없이는 해결될 수 없다며 여전히 완강한 태도다. 지난주 도쿄에서 일본 측 의원들과 만난 강창일 한일의원연맹 회장은 “참 해결이 어렵겠다”고 토로했다. 어제 주요 20개국(G20) 의회 정상회의 참석차 방일한 문희상 국회의장이 일본 측 인사들과의 면담을 취소하는 등 일정을 대폭 축소한 것도 이런 냉랭한 분위기에 따른 것이다.

 이처럼 한일 양국이 해법을 찾지 못한 채 사실상 손놓고 있는 사이 미국은 지소미아 종료가 가져올 악영향을 경고하며 막바지 외교적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마크 내퍼 미국 국무부 부차관보는 2일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소미아 등 한일 대립으로) 베이징, 모스크바, 평양이 기뻐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특히 7월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들의 독도 상공 합동훈련에 대해 “그 시점과 위치가 우연이 아니다”며 한일 안보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내일 방한하는 데이비스 스틸웰 차관보도 한국에 지소미아 종료 철회를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

 한일 지소미아는 그 실효성이나 대체가능성을 둘러싼 논란을 떠나 한미일 3각 안보협력 체제를 구축하는 고리로서 상징성과 심리적 효과가 매우 크다. 이 때문에 미국 측은 지소미아 종료를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대로 지소미아가 종료되면 한국은 방위비분담금 협상,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 한미동맹 균열요인이 쌓여있는 형편에서 지소미아 책임론까지 떠안을 수 있다. 지소미아의 종료가 한일관계에 미칠 심리적 타격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이미 관계가 악화될대로 악화된 상태에서 그나마 남아있던 회복의 끈 하나 마저 없어진다는 확인효과가 우려된다. 문 대통령의 친서전달 등 한국 측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대화에 성의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은 유감스럽다. 일본의 자세전환을 지속적으로 촉구하되 우리도 마냥 일본의 태도 변화만 기다리지 말고 대화의 실마리를 찾아가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