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트럼프 “이란과 전쟁 피하고 싶다”

Posted September. 18, 2019 09:47,   

Updated September. 18, 2019 09:47

日本語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시설 피폭과 관련해 이란 책임론을 강조하면서도 군사 대응에는 선을 그었다. 전날 트위터를 통해 ‘장전 완료’란 표현까지 쓰며 군사 조치를 시사했던 것에 비해 한결 신중해진 모습이다.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백악관에서 대(對)이란 군사 조치를 묻는 취재진에 “미국은 무시무시한 역량을 갖췄고 필요시 전쟁을 할 준비가 돼 있지만 확실히 그것(전쟁)을 피하고 싶다. 그들(이란)이 협상을 원하는 것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태도 변화는 보복 공격이 낳을 엄청난 부작용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한 중동 외교 소식통은 “미국이 이란을 공격하면 이란도 다시 사우디 등에 대규모 공격을 감행해 중동 전체가 혼란에 빠질 수 있다. 미국과 사우디 모두 당장 이란에 군사 보복을 시행하긴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란은 사거리 2000km 수준의 미사일을 상당수 보유해 사우디, 이스라엘 등 적국을 언제든 타격할 수 있다. 이번 공격을 자행했다고 주장하는 예멘 후티 반군을 포함해 이라크 남부 시아파 민병대, 레바논 헤즈볼라, 시리아 정규군 등 중동 각국 시아파 무장단체 및 민병대도 사실상 관할권에 두고 있어 이들을 동원한 지상전 및 테러작전 수행도 가능하다. 특히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등 수니파 국가의 정규군은 대부분 용병이어서 투철한 애국심과 다양한 실전 경험을 보유한 이란군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피해 당사자인 사우디도 아직 보복 공격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 군 대변인인 투르키 알말리키 대령은 이날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초기 조사 결과 이번 공격에 이란제 무기가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후티 반군의 주장처럼 공격이 예멘 영토에서 시작되지도 않았다”며 이란 책임론만 거론했다.

 17일 블룸버그는 사우디의 석유시설 피해가 예상보다 심각해 정상화에 더 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도했다. 14일 공습 직후 “며칠 안에 생산량의 상당 부분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던 사우디 정부의 발표와 배치된다. 이미 사우디 정부 내에서도 “몇 달간 석유 생산에 심각한 혼란이 빚어질 것”으로 보는 의견이 늘어나고 있다고도 전했다.


이세형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