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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0개校‘급식 대란’ 컵라면-빵 먹은 아이들

2800개校‘급식 대란’ 컵라면-빵 먹은 아이들

Posted July. 04, 2019 09:24,   

Updated July. 04, 2019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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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 비정규직 노조가 총파업을 벌인 3일 낮 12시 30분. 1084명이 재학 중인 서울 강남구 일원본동 대모초 앞 A편의점은 학생들로 북새통이었다. 홍동준 군(13)은 편의점에서 점심을 먹으려다가 사람이 너무 많아 컵라면과 삼각김밥, 사이다를 나눠 들고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편의점 안은 뜨거운 물을 받기가 어려울 정도로 붐볐고, 일부 학생은 자리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파업으로 급식이 나오지 않은 대모초 근처의 분식점과 패스트푸드점도 학생들로 가득 찼다.

 학생 484명이 다니는 서울 중랑구 중화동 묵동초도 같은 시간 일찌감치 수업이 끝났다. 양모 양(10)은 친구 8명과 함께 편의점 테이블에 앉아 컵라면, 초코우유, 콜라로 점심을 해결했다. 그는 “수요일은 맛있는 급식이 나오는 날인데 라면을 먹게 돼서 아쉽다”고 말했다. 묵동초 인근의 패스트푸드점 직원 임모 씨(22·여)는 “숨 돌릴 시간이 없을 정도로 오늘은 손님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이날 파업으로 급식이 중단된 학교가 늘면서 초중고교 앞 편의점과 분식점 등이 때 아닌 ‘특수’를 맞았다. 교육부에 따르면 이날 전국 1만438개 국공립 유치원과 초중고교 가운데 2802곳이 단축수업을 하거나 빵과 떡 등으로 대체급식을 했다. 전체 학교의 약 27%에서 급식 차질이 생긴 것이다.

 미리 예고된 파업이지만 혼란을 피하기는 어려웠다. 전국 곳곳에서 도시락을 싸 가지 못한 학생들이 라면과 주먹밥으로 끼니를 때웠다. 초등학교 돌봄학교마다 “선생님이 오시지 않는다”는 저학년 학생들의 볼멘소리가 이어졌다. 이날 급식 중단 비율이 48.6%에 달한 광주의 한 초등학교 학부모 김모 씨(44)는 “아들 점심을 먹이기 위해 일을 중단하고 왔다. 어린아이들을 볼모로 파업을 하는 건 지나쳐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파업은 일단 5일까지로 예정돼 있지만 양측의 견해차가 커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4, 5일에도 일부 급식 중단 사태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양측은 이날 별다른 협상을 진행하지 못했다. 노조는 기본급 6.24% 인상을, 정부는 1.8% 인상을 제시하며 맞서고 있다.

 한편 이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총파업도 시작됐다. 민노총은 학교 비정규직 5만여 명을 포함해 지방자치단체 환경미화원과 사회복지사,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고용노동부 직업상담원,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 직원 등 10만여 명이 파업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이 대규모 총파업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재명기자 jmpark@donga.com · 윤다빈기자 empt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