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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문의 배경’ 벗어나는 美 여성정치인들

‘가문의 배경’ 벗어나는 美 여성정치인들

Posted March. 13, 2019 08:04,   

Updated March. 13, 2019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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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인의 아내 혹은 딸, 정치인 남편과 사별한 아내.”

 과거 미국 여성 정치인의 지위와 정체성은 주로 이렇게 표현됐다. 부친과 남편의 후광이 있어야만 여성이 정계에서 도드라진 역할을 맡을 수 있었다는 의미다. 하지만 2020년 미 대선에서는 다른 풍경이 연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민주당 후보군 6명 모두가 자수성가한 인물이어서 새로운 여성 정치인의 활동상이 예상된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0일 전했다.

 현재까지 출마 의사를 밝힌 6명은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 키어스틴 질리브랜드(뉴욕), 카멀라 해리스(캘리포니아),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미네소타), 털시 개버드 하원의원(하와이), 사람들을 영적인 길로 인도하던 메리앤 윌리엄슨이다. 이들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처럼 대통령 남편도 없고,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처럼 하원의원·볼티모어 시장을 지낸 부친도 없다. 오로지 자신들이 스스로 쌓아온 정치 경력만으로 유권자의 평가를 받으려고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동료 의원들도 이 점을 높이 사고 있다. 남편의 지역구를 물려받은 데비 딩겔 하원의원(미주리)은 “클린턴 전 장관과 나는 우리의 라스트네임(성·姓) 덕분에 정치적 성취를 얻은 것으로 치부됐다”고 말했다. 이제 이런 폄훼를 받을 필요가 없는 새로운 여성 정치인의 시대가 왔다는 얘기다. 특히 2016 대선 당시 클린턴 후보 공격에 활용됐던 가족 문제는 이번 대선에 나선 여성 후보자들에게는 통하지 않을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그간 유력 가문 출신 여성 정치인들에게 그들의 성(姓)은 ‘양날의 검’이었다. 정치 참여의 기회를 쉽게 얻고 인지도, 인맥, 재정 등에서 유리하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자신의 정치적 행보와 상관없는 사건과 엮일 위험성이 늘 존재했던 것도 사실이다.

 대표적인 예가 클린턴 전 장관이다. 그는 예일대 로스쿨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 탄핵조사단 조사위원, 아칸소대 교수로 활동하며 남편의 정계 입문 전부터 본인만의 경력과 전문성을 쌓아왔다. 하지만 남편의 성추문이 내내 그를 따라다녔다. 본인 또한 피해자였지만 남편에게 쏟아지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못했다. 데비 월시 여성과정치연구소 대표는 “빌이 없었다면 힐러리의 정치적 삶은 훨씬 단순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채은기자 chan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