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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40주 맞은 정태춘-박은옥 부부

Posted March. 08, 2019 08:14,   

Updated March. 08, 2019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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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기는 ‘개인의 일기’였고 1980년대 후반부터는 ‘사회의 일기’였습니다.”(박은옥)

 “나를 깨워준 건 우리 시대라고 생각합니다.”(정태춘)

 가수 정태춘(65) 박은옥(62) 부부가 올해로 데뷔 40주년을 맞았다. ‘촛불’ ‘시인의 마을’ ‘북한강에서’ ‘사랑하는 이에게’ ‘아, 대한민국…’ ‘92년 장마, 종로에서’. 문학적 서정과 사회적 메시지를 두루 담은 노래는 한국 사회에 밥 딜런과 존 바에즈 이상의 충격과 울림이었다.

 올 한 해 두 사람의 40년 음악인생을 기념하는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기념 음반, 전국 순회공연, 출판, 전시,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을 진행한다. 정 씨와 박 씨는 7일 서울 중구 충무로에서 “이제 네 번째 깃발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첫째 깃발이 전교조 합법화 싸움, 둘째가 검열(음반 사전심의 제도) 철폐, 셋째가 평택 미군기지 확장 반대 투쟁이었다면 네 번째 깃발은 ‘시장 밖 예술’입니다. 시장의 메커니즘을 통하지 않고도 대중과 공유할 수 있는 예술과 문화가 저희의 요즘 화두입니다.”(정태춘)

 부부는 7년 만에 콘서트 무대에 나선다. 다음 달 13일 제주아트센터 대극장을 시작으로 서울 세종문화회관을 비롯해 전국 15개 지역을 잇는 공연 시리즈다. 공연 타이틀은 ‘날자, 오리 배’. 2012년 11집 ‘바다로 가는 시내버스’의 마지막 곡이다. 그 음반을 발표한 뒤 근 7년간 두 사람은 음악적으로 침묵했다. 왜일까.

 “대중예술가라면 대중의 생각, 기호, 취향을 따라가야 하는데 저는 그 부분에서 많이 부족하다고 느꼈습니다. 되레 내 생각으로 점점 더 깊이 들어가게 됐어요. 세계가 변하고 한국 사회가 나아지고 있다는 낙관적 전망에 대해 전혀 동의하지 않습니다.”(정태춘)

 낙관(樂觀)이 들어설 자리에는 서릿발 같은 낙관(落款)이 들어섰다. 정 씨가 요즘 주력하는 ‘붓글’ 이야기다. ‘자본이 뇌를 점령하고 신체를 지배한다’ 같은 문장, 신문 경제면 위로 쓴 붓글씨에 ‘반산(反産·반산업주의)’이란 낙관이 선명하다.

 세상이 과연 얼마나 진화했느냐는 물음이다. 60대 초중반에 접어든 두 사람은 아직도 비탈길을 오르고 있다. 내리막길이 아니다.


임희윤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