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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투표, 1294년 스위스서 처음 시작…매년 9개 안건 처리하는 ‘종주국’

국민투표, 1294년 스위스서 처음 시작…매년 9개 안건 처리하는 ‘종주국’

Posted February. 02, 2019 09:30,   

Updated February. 02, 2019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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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투표는 언제 시작됐을까. 민주주의가 정착된 근현대일 것이란 선입견과 달리 무려 725년 전인 1294년이 처음이다. 서구 역사학자들은 당시 스위스 중부 슈비츠 주민들이 주요 사안을 거수로 결정한 사례를 국민투표의 시초로 본다.

 1847년 헌법으로 국민투표를 법제화한 스위스는 명실상부한 국민투표 종주국. 어떤 사안이든 18개월 안에 10만 명의 서명만 모으면 국민투표가 가능하다. 최근 20년간 매년 평균 9개 안건을 국민투표로 결정했다.

 국민투표가 세계 역사에 어두운 그림자를 던지기도 했다. 1934년 나치 독일은 대통령과 총리직을 합치는 ‘총통직 신설’을 국민투표에 부쳤다. 찬성 88.1%로 아돌프 히틀러가 총통이 됐다. 기세등등한 히틀러는 4년 뒤 오스트리아를 독일에 합병하는 ‘안슐루스(Anschluss)’ 때도 국민투표를 실시했다. 이것이 제2차 세계대전 발발로 이어지는 바람에 원래 ‘통합’을 뜻하는 독일어 ‘안슐루스’가 1938년의 국민투표를 지칭하는 고유명사로 바뀌었다.

 공권력이 개입하면 사실상 ‘거수기’로 전락하곤 하는 국민투표의 부정적인 모습과도 무관하지 않다. 당시 뉴욕타임스(NYT)는 “히틀러가 국민투표로 칭기즈칸 이후 가장 강력한 권력자가 됐다”고 비판했다. 클레멘트 애틀리 전 영국 총리도 “국민투표가 나치즘과 파시즘의 수단으로 변질됐다”고 말했다.

 물론 국민투표의 좋은 사례도 많다. 제국주의 통치를 경험한 많은 신생 국가들이 국민투표로 독립을 쟁취했다. 1958년 아프리카의 가봉, 세네갈, 코트디부아르, 마다가스카르, 콩고, 차드, 니제르 등은 프랑스에서 독립할 때 국민투표를 거쳤다. 소련 해체 후 독립한 발트해 3국(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우크라이나, 조지아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2006년 몬테네그로, 2011년 남수단 독립도 국민투표의 덕을 본 사례다.


임보미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