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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 돌돌 말았다 쫙쫙 펴는...LG TV의 진화

Posted January. 09, 2019 08:35,   

Updated January. 09, 201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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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전자가 사용하지 않을 때는 둘둘 말아 넣을 수 있는 ‘롤러블(rollable) TV’를 세계 최초로 공개하고 연내 시판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존의 뚱뚱한 ‘브라운관 TV’에서 평평한 액정표시디스플레이(LCD) TV로 대체되기 시작한 지 약 20년 만에 TV의 형태가 또 한 차례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말아 넣는 TV…차에도 적용

 LG전자는 ‘CES 2019’ 개막을 하루 앞둔 7일(현지 시간) 라스베이거스 맨덜레이베이 호텔에서 열린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세계 최초의 롤러블 TV ‘LG전자 시그니처 올레드 TV R’를 공개했다. 사용자가 시청할 때는 본체 격인 스피커 박스에서 65인치 크기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가 올라와 펼쳐진다. 사용하지 않을 때는 다시 스피커 박스로 말려 들어간다.

 디스플레이가 완전히 없어지면 직사각형 모형의 심플한 오디오로 보인다. LG전자는 디스플레이가 말려 들어가는 스피커 박스의 디자인에 명품 패브릭 브랜드 ‘크바드라트’ 소재를 적용했다. 한 뼘 정도 높이의 일부 화면만 노출해 시계나 오디오 화면, 가정 내 각종 기기를 컨트롤할 수 있는 스마트홈의 대시보드 등으로 사용할 수 있는 ‘라인 뷰’ 기능도 있다.

 롤러블 TV는 백라이트가 없는 OLED 디스플레이의 장점을 극대화했다. 별도의 백라이트 없이 자체 발광하는 OLED 특성을 살려 둘둘 감아도 내구성이나 화질에 이상이 없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CEO(부회장)는 “말았다가 폈다가를 10만 번 이상 할 수 있는 내구성을 갖춰 사용 수명은 일반 OLED TV와 다름없다”고 설명했다.

 가격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첫 롤러블 TV인 만큼 5000만 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LG전자 관계자는 “인테리어에 돈을 아끼지 않는 부유층이 첫 제품의 주 고객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는 롤러블 디스플레이를 자동차 실내용 제품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 TV로부터 해방된 거실·휴대전화도 접었다 폈다

 최근까지 TV 폼팩터(하드웨어의 형태) 변화의 가장 중요한 승부수는 대형화와 함께 ‘얼마나 더 얇게 만들 수 있나’였다. 2000년 커다랗고 시커먼 박스 형태의 브라운관 TV를 대체할 LCD TV가 판매되기 시작하면서 이어져 오고 있는 경쟁이다. LG전자가 2017년 내놓은 ‘시그니처 올레드 TV W’ 모델은 4mm에 불과해 ‘벽지 TV’라고도 불렸다.

 이런 두께 경쟁의 목표는 화면을 키우면서도 거실에서 TV의 공간 비중을 줄이는 것이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수십 년 전에는 부의 상징이었던 TV가 이제는 인테리어를 방해하는 ‘애물단지’로 취급받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TV 제조사들이 베젤(화면 테두리)을 최대한 줄이고 TV를 꺼놨을 때 명화(名畵) 등을 띄워주는 액자처럼 쓸 수 있는 기능을 넣은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권봉석 LG전자 홈엔터테인먼트사업본부장은 “평소에는 공간을 잡아먹지 않고 필요할 때만 꺼내 쓸 수 있는 롤러블은 이 같은 디스플레이 진화의 정수”라고 말했다.

 이런 변화는 휴대전화에서도 시작됐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로욜은 이날 폴더블 스마트폰 ‘플렉스파이’를 CES 현장에서 공개했다. 지난해 11월 폴더블폰용 디스플레이를 공개한 삼성전자도 이르면 올해 1분기(1∼3월) 내 실제 제품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역시 ‘큰 화면’으로 인한 휴대의 불편함을 줄이기 위한 변화다.


황태호 tae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