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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의 前대법원장 소환, 치욕의 사법부 바로 서는 계기로

초유의 前대법원장 소환, 치욕의 사법부 바로 서는 계기로

Posted January. 08, 2019 08:17,   

Updated January. 08, 2019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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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검찰에 헌정 사상 처음으로 소환된다. 전직 대법원장이 피의자로 재판개입 의혹 등을 조사받는 지경에 이른 것은 사법부로선 치욕이 아닐 수 없다. 양 전 대법원장은 재임 중 주요 치적으로 상고법원 도입을 밀어붙인 바 있다. 그 결과 사법부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수렁 속으로 빠뜨린 최고 책임자다. 양 전 대법원장은 작년 6월 각종 재판 개입 의혹 등을 전면 부인했지만 일제 강제징용 사건 재판 등에 개입한 정황이 검찰수사로 드러나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 소환은 예견됐던 일이다. 검찰은 실무책임자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구속한 뒤 재판에 넘기면서 주요 혐의 대부분에 대해 양 전 대법원장을 공범으로 적시한 바 있다. 양 전 대법원장 아래서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박병대 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검찰 수사는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갔을 뿐이었다. 검찰은 최고 책임자인 양 전 대법원장이 강제징용 사건 대법원 소부(小部) 재판에 개입한 정황 등을 확보해 다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이 강제징용 상고심이 진행 중일 때 일본 전범기업 측 변호사와 만나 소부에 있던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보내기로 약속한 정황, 그리고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법관들에게 불이익을 주기 위한 ‘물의 야기 법관 인사조치 보고’ 문건에 결재한 정황 등이 수사를 통해 드러났다. 검찰은 많은 의혹에 연루된 양 전 대법원장을 몇 차례 더 소환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 사법부 수장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된다면 그 자체가 헌정사의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사법부 위기에 양 전 대법원장의 책임이 무겁고 크다. 하지만 양 전 대법원장이 사법행정권 남용 행위를 사후 보고받은 것을 사전 지시한 것으로 혐의를 부풀리거나 거듭된 소환 등 망신주기 식 수사를 해선 안 될 것이다. 6년간 한 나라의 사법부 수장을 지낸 사람에 대한 예우를 갖추면서 철저하게 증거에 입각해 혐의를 가려내야 한다. 양 전 대법원장도 책임질 일은 책임지겠다는 자세로 진실을 말해 사법권 남용 의혹의 진상을 정확하게 밝혀야 한다. 전 대법관들에 이어 사법부 수장까지 검찰 조사를 받게 된 것을 계기로 사법부는 재판의 독립과 판결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지켜내지 못한 점을 뼈아프게 반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