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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 의문의 죽음’ 싸고 얼어붙은 이-이집트 관계

‘대학원생 의문의 죽음’ 싸고 얼어붙은 이-이집트 관계

Posted December. 06, 2018 08:22,   

Updated December. 06, 2018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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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집트에서 노동운동을 연구하던 이탈리아인 대학원생이 2016년 1월 의문의 죽음을 당한 뒤로 틀어진 이탈리아와 이집트의 관계가 더욱 악화되는 분위기다.

 이탈리아 검찰은 이집트 카이로에서 발생한 자국 대학원생 납치·살인 사건에 개입한 혐의로 이집트 정부 고위 관계자 등 5명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고 4일 밝혔다. 이날 엔초 모아베로 밀라네시 이탈리아 외교장관은 주이탈리아 이집트 대사를 소환해 수사에 협조할 것을 요구했다. 이탈리아 의회는 당분간 이집트와의 모든 교류를 중단하기로 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박사과정에 있던 대학원생 줄리오 레제니(사망 당시 28세·사진)는 2016년 1월 25일 카이로 전철역에서 실종된 후 9일 만에 이집트 북부 도시 알렉산드리아로 가는 고속도로 인근 사막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다. 손톱이 빠지고, 뼈가 부러지는 고문을 당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이탈리아 검찰은 레제니의 죽음에 이집트 정보당국이 개입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집트 노사관계를 박사학위 논문 주제로 삼았던 레제니는 이집트에서 현장 조사와 연구를 했고 이집트 정부에 비판적인 글을 언론에 기고해 왔기 때문이다.

 이집트 정부도 레제니의 조사와 연구 활동이 감시 대상이었다는 것까지는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는 않은 상태다. 이탈리아 검찰이 용의자로 지목한 5명에 대한 조사 협조 요청은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용의자 5명 중에는 레제니 사망 당시 이집트 정보기관의 수장이었다가 지난해 물러난 타레크 사베르와 레제니 감시 업무의 책임자였던 정보기관 요원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레제니의 죽음과 관련해 이집트 현지에서는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이다’, ‘마약 중독자였다’, ‘외국인 납치를 전문으로 하는 무장단체에 의해 살해당했다’ 등의 소문이 돌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탈리아 국민들이 분노하기 시작하자 이탈리아 검찰이 독자적인 수사에 착수한 것이다.


서동일 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