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한화 한용덕 감독

Posted December. 04, 2018 08:03,   

Updated December. 04, 2018 08:03

日本語

 강산이 한 번 변할 세월 동안 잠김 상태였던 한화의 비밀번호 ‘5886899678(지난 10년간 팀 순위)’는 한용덕 감독(53)의 부임 첫해인 이번 시즌 바로 풀렸다. 한화는 정규시즌 3위까지 뛰어올라 10년간 미끄러졌던 가을야구 무대를 밟았다.

 하지만 한 감독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시즌 종료 후 준수한 활약을 펼친 외국인 선발투수를 모두 교체했고, 시즌 내내 염원했던 두산 거물 포수 양의지 자유계약(FA) 영입의사도 접었다. ‘안전한 길’을 원했다면 쉽지 않았을 결정이었다. 그 속내가 궁금해 지난달 29일 한화의 워크숍 장소인 경남 거제 한화리조트 벨베디어에서 한 감독을 만났다.

 “시즌 시작하면서 미디어데이 때 우리 팀 키워드를 ‘도전’이라고 얘기했어요. 시즌 때 무모한 도전이라고 할 정도의 경기도 많았는데 그게 오히려 반전이 된 것 같아요. 하지만 제가 ‘이글스맨’이다 보니 만족할 수가 없더라고요. 선수, 코치 때처럼 매년 가을야구 하는 한화가 되려면 더 만들어야 하는데 잠깐 3위로 안주하는 건 아니라고 봤어요. 결과가 나쁠 수도 있지만 그걸 두려워하지 않는 게 도전정신이고요.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하고 싶었어요.”

 양의지 포기도 같은 맥락이다. 한 감독은 “내가 먼저 제의했다가 내가 먼저 철수했다”며 웃었다. 부임 당시 한화는 나이 많은 베테랑들과 완성도가 떨어지는 어린 선수들이 많다 보니 짜임새가 헐거운 팀이었다. 두산에서 친정으로 돌아왔던 한 감독은 “매 경기 쥐어짜다보니 너무 힘들었어요. 애초 투수 FA를 생각했는데 마땅한 선수가 없었고 양의지가 우리 팀 어린 투수들을 빨리 키울 수 있을 거라고 봤어요. 투수들이 의지가 사인을 내면 믿고 던져요. 투수를 채워줄 수 있는 부분이 크니까 욕심이 났죠. 준플레이오프를 치르면서 결정적 찬스 때 타선도 안 터지고 너무 힘들다보니 그 생각이 철옹성처럼 굳어졌어요”라고 했다.

 하지만 마무리캠프 때 생각을 고쳤다. “(포수) 최재훈, 지성준을 포함해서 젊은 선수들이 갔는데 작년에 마무리 때랑은 야구를 대하는 자세부터 다르더라고요. 그걸 보니 ‘양의지를 데려와서 선수들이 갖는 상실감이 얼마나 클까. 얻는 것도 있지만 잃는 것도 크겠구나 싶더라고요.” 한 감독은 결국 박종훈 단장에게 “우리 선수들 데리고 한 번 더 해보겠다”는 결심을 전했다.

 한 감독은 올 시즌 선수 한 명 한 명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각자에 맞게 다가가는 지도력을 보였다. 특히 시즌 중 하주석에게는 ‘아이 필 프리티’라는 영화를 추천하기도 했다. “내면의 자신감이 모든 걸 바꾼다는 내용인데 주석이에게 추천하면 딱 맞겠다 싶었어요. 야구가 멘털이 무너지면 다 무너지니까. 지도자가 되니 자식 키우는 마음이 되더라고요. 주석이도 처음에는 친근감 있게 못 받아들이던 것 같은데 진심이 좀 통했는지 어느 순간 어른스러워졌어요. 안 되면 인상 쓰는 모습도 많았는데 언제부턴가 방망이가 안 되면 다른 부분에서라도 도움주려고 노력하더라고요.”

 배팅볼 투수로 시작해 감독까지 ‘이글스맨’으로 살아왔기에 그의 한화사랑은 남다르다. 선수와 지도자로 28년 가까이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감독으로 내 안위만 생각했으면 양의지도 잡아달라고 했을 거고, 외국인선수도 쉽게 못 바꿨을 거예요. 그런데 여기(한화)가 삶의 터전이었고, 내 집이고, 앞으로 이 집에 자식들도 계속 있을 거잖아요. 제가 여기서 그만두고 나가서 다른 사람이 올 때 좀 더 편하게 할 수 있도록 이 팀을 더 잘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임보미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