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권양숙입니다” 문자에 속아 4억 뜯긴 윤장현 前광주시장

“권양숙입니다” 문자에 속아 4억 뜯긴 윤장현 前광주시장

Posted November. 24, 2018 08:17,   

Updated November. 24, 2018 08:17

日本語

 “권양숙입니다. 잘 지내시지요. 딸 비즈니스 문제로 곤란한 일이 생겼습니다. 5억 원이 급히 필요하니 빌려주시면 꼭 갚겠습니다.”

 지난해 12월 광주·전남지역 자치단체장 등 지역 유력 인사 10여 명의 휴대전화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 명의의 문자메시지가 떴다. 일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 명의로 된 문자메시지도 있었다. 문자메시지를 받은 인사 대부분은 내용을 보고 전화를 걸었지만 뭔가 이상하고 생각하고 더 이상 대꾸하지 않았다.

 그러나 윤장현 전 광주시장(69)은 문자메시지가 발송된 휴대전화로 통화를 하고 응대했다. 윤 전 시장은 시민운동가 출신으로 노 전 대통령과 친분이 있었다. 윤 전 시장의 전화를 받은 여성은 경상도 사투리를 쓰며 권 여사라고 둘러댔지만 사실은 주부 김모 씨(49)였다. 윤 전 시장은 이후 두 달 동안 김 씨의 통장으로 4차례에 걸쳐 현금 4억5000만 원을 송금했다.

 김 씨는 윤 전 시장과 3, 4개월 동안 지속적으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나 전화 통화를 주고받으면서 철저하게 권 여사인 척 행동했다. 윤 전 시장은 경찰 조사에서 “노 전 대통령과 친분이 있었는데 권 여사가 딸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말에 급히 돈을 보냈다. 통화까지 했는데 김 씨의 목소리가 비슷해 진짜 권 여사인 줄 알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윤 전 시장이 마음이 여려 사기행각에 속았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전과 6범인 김 씨는 더불어민주당 선거운동원으로 활동하면서 일부 지방자치단체장의 휴대전화 번호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휴대전화 판매사원으로 일하던 김 씨의 사기행각은 같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받은 한 지역인사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들통이 났다. 해당 인사는 경찰에서 “문자메시지를 받고 전화 통화를 하자마자 사기사건으로 판단했다. 그대로 놔두면 큰일 날 것 같아 신고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남지방경찰청은 김 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하고 광주지검에 기소의견으로 최근 송치했다. 검찰에 송치된 김 씨는 식사를 하지 않은 채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 검찰은 김 씨가 전·현직 대통령 부인 흉내를 낸 치밀한 사기사건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대통령 주변 인사를 사칭한 사기가 잇따른다는 보고를 받고 “대통령과 친인척, 청와대 인사 이름을 대고 돈을 요구하는 사람이 있으면 무조건 사기라 생각하고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당시 배포된 자료에는 김 씨의 사례도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형주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