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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vs 대만 올림픽 모델 충돌

Posted July. 26, 2018 08:55,   

Updated July. 26, 2018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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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만의 일부 정치세력이 2020년 도쿄 올림픽 때 타이완(Taiwan·대만)으로 참가 표기를 하자는 국민투표를 추진하면서 ‘올림픽 모델’에 도전하고 있다. 이 때문에 2019년 (대만) 타이중에서 열릴 예정인 제1회 동아시아청소년경기대회가 정치적 위협과 방해를 받고 있다.”

 중국이 주도하는 동아시아올림픽위원회(EAOC) 회의가 24일 베이징에서 열렸다. 위원장 류펑(劉鵬)은 타이중시의 대회 개최권 박탈을 주장하면서 위원들의 거수 표결로 개최권 박탈 여부를 결정할 것을 제안했다. 류펑은 중국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외사위원회 부주임을 맡고 있는 중국 측 인사다.

 이날 회의에는 위원장 류펑과 중국 대만 한국 북한 일본 몽골 홍콩 마카오의 위원 등 모두 9명이 참석해 있었다. 류 위원장의 발언에 위원들은 술렁였다. 대만 측 위원은 “내년 대회는 대만이 처음으로 올림픽 룰을 적용해 개최하는 대회다. 동아시아 청소년들의 대회 참가 기회를 빼앗지 말라”고 항변했다. 일본 측 위원은 “이미 2014년에 타이중시 개최가 확정됐는데 지금 개최권 박탈을 결정하려는 것은 지나치다”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류 위원장의 주장대로 표결은 이뤄졌고 개최권 박탈에 찬성 7표가 나왔다. 4년을 준비해온 국제대회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었다. 이 대회는 내년 8월 24∼31일 열릴 예정이었다. 대만만 개최권 박탈에 반대표를 던졌고 일본은 기권했다.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은 이날 페이스북에 “중국이 정치적인 힘으로 대회 개최권을 난폭하게 박탈했다. 대만 국민은 이를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했다. 라이칭더(賴淸德) 대만 행정원장(총리)은 “EAOC에 정식으로 항의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대만에서는 도쿄 올림픽 때 대만이라는 표기로 참가해야 한다는 국민투표 청원운동이 벌어지고 있던 상황이었다. 현재 대만은 올림픽에 ‘차이니즈 타이베이(Chinese Taipei)’라는 이름으로만 참가가 가능하다. 1968년 멕시코 올림픽까지만 해도 대만으로 참가가 가능했고 대만 국기를 들고 대만 국가도 불렀다. 하지만 1970년대부터 중국의 국제사회 영향력이 커지면서 결국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1981년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는 뜻의 ‘차이니즈 타이베이’라는 명칭으로만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다고 결정했다. 류 위원장이 ‘올림픽 모델에 대한 도전’이라고 언급한 것도 이 때문이다. 2016년 차이 총통 집권 이후 대만 정부가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는 ‘하나의 중국’ 원칙 수용을 거부해 중국과 대만의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던 상황에서 이번 일로 또 하나의 악재가 터진 것이다.

 “우리는 대만이라고 부르기 시작한다”는 표어를 내걸고 국민투표 청원운동을 주도하던 대만 육상 국가대표 출신 지정(紀政)은 “대만은 민주국가이고 (국민투표를 청원하는) 시민 권리 행사는 법률이 허락한 것”이라며 “개최권 박탈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지정은 대만이란 이름으로 참가한 1968년 멕시코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땄다.

 대만 문제를 이용해 중국을 압박하려는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도 고조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24일 “대만을 중국과 별개 국가로 표기하고 있는 미국 항공사들에 홈페이지 등의 자료 수정을 촉구하라”며 “25일까지 수정되지 않으면 다음 단계 조치를 취하겠다”고 미국 정부에 최후통첩을 했다. 로이터통신은 25일 아메리칸항공, 델타항공, 하와이안항공이 중국의 요구를 수용해 표기를 수정했다고 보도했다.


윤완준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