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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 말 잃은 K리그 올스타

Posted July. 31, 2017 09:41,   

Updated July. 31, 2017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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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분은 좋았지만 준비는 엉성했다. ‘아시아 강자’를 자처하던 한국 프로축구 K리그가 베트남의 젊은 선수들에게 망신을 당했다.

 황선홍 FC 서울 감독이 이끄는 K리그 올스타 팀은 29일(현지 시간) 베트남 하노이 미딩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17 하나은행 K리그 올스타전’에서 22세 이하 선수들로 구성된 베트남 동남아시아경기(SEA) 대표팀에 0-1로 졌다. 김신욱(전북), 염기훈(수원), 이근호(강원), 양동현(포항) 등 K리그를 대표하는 골잡이들이 대거 나섰지만 후반 25분 응우옌반또안에게 내준 실점을 끝내 만회하지 못했다. 전반 유효 슈팅부터 2-10으로 뒤질 정도의 완패였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한국-베트남 수교 25주년을 맞아 이번 올스타전을 마련했다. 베트남에 한국 축구를 알리는 동시에 ‘동남아 시장 개척의 신호탄’으로 삼겠다는 계획이었다. 올스타 팀 출국을 앞두고 조영증 연맹 심판위원장은 “K리그의 위상을 동남아에 떨칠 수 있는 기회”라고 했지만 위상을 떨친 쪽은 베트남 대표팀이었다. 참고로 A대표팀의 베트남 상대 전적은 18승 6무 2패이고 마지막으로 진 것은 2003년 10월이다. 올림픽 대표팀은 베트남을 상대로 3전 3승을 거뒀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한국 51위, 베트남은 133위다.

 베트남 대표팀은 8월 19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개막하는 2017 SEA 금메달을 목표로 일찌감치 구성돼 훈련을 해왔다. 지난주 베트남에서 막을 내린 ‘2018 중국 23세 이하 아시아선수권 예선’에 출전해 2승 1패로 본선 진출권을 거머쥔 것도 이 팀이다. 반면 K리그 올스타 팀은 27일 오후 인천의 한 호텔에 소집돼 28일 오전 출국했다. 경기 전까지 손발을 맞춘 시간이 1시간 정도밖에 안 됐다. 선수들은 대회 당일에도 팬 사인회와 축구 클리닉에 참가해야 했다. 이근호는 “나를 포함해 선수들이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고 했지만 일정 자체가 선수들의 경기력 유지와는 거리가 멀었다.

 현장 분위기도 여느 올스타전과는 달랐다. 경기장에 운집한 2만5000여 명의 팬들은 일방적으로 베트남 대표팀을 응원했다. 이름은 K리그 올스타전이었지만 주인공은 베트남 대표팀이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베트남 축구는 2000년대 중후반부터 유럽과의 연계 속에 장기적인 안목으로 선수를 육성하고 있고 그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무시할 수 없는 전력이다. 판로 개척의 의지는 좋았지만 이왕 베트남에서 하기로 했다면 일정을 더 여유 있게 잡았으면 좋았을 것이다. 비록 공식경기는 아니었지만 한국 프로축구의 수준이 정말 높은지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관중이 2만5000명이나 온 것은 현지에서도 예상 못한 큰 성과다. 베트남이 타이틀매치를 치르듯 경기할 것을 예상하지 못해 결과는 실망스러웠지만 축구 산업의 미래를 위해 마련한 이벤트라는 점을 팬들이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K리그 클래식은 8월 2일 재개된다.



이승건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