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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 개혁 통해 '헬조선병 치유하고 선진국으로

정치경제 개혁 통해 '헬조선병 치유하고 선진국으로

Posted January. 01, 2016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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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머신을 타고 20년 전으로 돌아가보자. 집권 4년차에 접어든 대통령이 새해 첫 조간신문에 세계 일류국가 건설의 꿈을 나누며라는 신년사를 내놨다. 4월 총선과 이듬해 대선을 앞두고 실시한 국민의식조사는 국내 정치전반에 대해 심한 염증 내지 불신을 드러내고 있고, 기존 정당과 기성정치인들에 대한 지지율이 매우 낮다는 결과가 나왔다. 한국이 가야할 길을 주제로 한 신년대담은 산업화-민주화세력을 통합할 리더십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우리나라가 선진국클럽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해인 1996년 1월 1일자 동아일보 주요 내용이다. 지금 연도만 2016년으로 바꿔 신문을 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는 사실이 섬뜩할 지경이다. 그때 신문엔 광복 50주년인 1995년 1인당 국민총생산(GNP) 1만 달러를 넘어섬으로써 이제 선진국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기사도 실려 있었다(이후 수정된 한국은행 통계는 1994년 달성). 그러나 이듬해인 1997년 한국은 외환위기를 맞았고 싱가포르는 5년 만에, 일본과 홍콩은 6년 만에 달성한 2만 달러 고지를 12년 만인 2006년에야 넘어섰다. 일본과 독일이 5년 만에 뛰어넘은 3만 달러 소득도 우리는 아직도 넘지 못한 채 10년 째 2만 달러의 덫에 갇혀 있다. 대체 무엇 때문인가.

세계적인 국제정치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동아일보와의 단독 신년 인터뷰에서 미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확산되는 정치사회적 갈등과 혼란상의 원인을 정치 리더십에 대한 전례 없는 신뢰 부족 때문이라고 했다. 기술이 발전하고 사회는 복잡해지고 국민의 기대는 커졌는데 정치 제도와 리더십이 못 따라가고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와 19대 국회는 근 3년을 허송했다. 조직이든 나라든 망조()가 들면 먼저 지도세력이 분열하고, 그것을 치유할 시스템마저 붕괴한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1990년대 초2013년)을 10년 시차를 두고 따라가는 형국이다.

박 대통령의 실질적인 통치 기간은 채 2년도 남지 않았다. 세계 주요국의 지도자들을 보라. 미국의 오바마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핵심 법안들을 통과시킬 때 소통과 설득의 리더십을 보여줬다. 독일 메르켈도 대연정 협상을 위해 야당 당사로 달려가 17시간이 넘는 밤샘 협상을 마다하지 않았다. 일본 아베 역시 두 번째 총리에 올라 절치부심 끝에 아베노믹스를 앞세워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대통령의 리더십부터 달라져야 한다. 대한민국과 결혼했다는 박 대통령이다. 대통령이 달라져 나라가 달라질 수 있다면 못할 일이 어디 있는가.

무능한 정부, 나쁜 정치는 경제도 나라도 뒷걸음치게 한다. 금수저와 헬조선이 대변하는 기성정치권에 대한 염증이 마그마처럼 한국사회 저변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다. 젊은 세대만의 정서가 아니다. 이젠 정말 바뀌어야 한다는 이심전심()의 시대정신을 알아채지 못하는 집단은 국민 세금으로 편하게 국록을 먹는 공()귀족 뿐이다. 호랑이보다 무서운 악정()은 올해 4월의 총선에서, 내년 12월의 대선에서 주권자인 국민에 의해 벼락같은 심판을 받을 것이다. 총선 구도는 기득권 대 반() 기득권으로 짜여질 가능성이 높다. 기득권을 포기하고 혁신하는 정당과 후보라야만 국민의 지지를 받을 것이다.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맥킨지는 박근혜 정부 초기인 2013년 4월 제2차 한국보고서-신()성장 공식에서 지금 한국경제는 뜨거워지는 물속의 개구리 같다고 했다. 신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면 한국 경제는 추락할 것이라는 경고다. 지금 한국 경제는 밤샘 공부를 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 고3 수험생 같은 처지다. 몸으로 부딪혀 할 수 있는 제조업에서는 정체상태인 반면 기초실력이 중요한 의료 관광 같은 고급서비스업과 연구개발(R&D) 분야에서는 좀처럼 중위권을 벗어나지 못한다. 굴기(굴)한 중국의 추격과 되살아난 일본의 반격에 샌드위치 정도가 아니라 아예 샌드백 신세다.

1997년의 외환위기는 글로벌 경제 호경기여서 허리띠를 졸라맨 수출을 통해 빠르게 극복할 수 있었다. 지금은 글로벌 경제도 녹록치 않다. 미국이 작년 말 7년간의 제로금리 행진을 멈추고 금리인상을 시작해 올해 신흥국으로부터의 자금이탈 등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칠 것으로 예상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세계 경제를 지탱해줬던 중국의 동력이 힘을 잃고 있어 우리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OECD 34개국의 2013년 현재 1인당 국민소득이 평균 4만 달러이고, 동유럽과 중남미를 제외하면 5만 달러다. 저출산 고령화라는 인구 폭탄에 잠재성장률이 하락추세인 우리나라는 단시일 내 선진국 소득수준에 오르지 못할 경우 이대로 장기저성장의 저주에 갇힐 공산이 크다.

경제 뿐 아니라 정치 사회 교육의 판을 바꾸는 근본적인 혁신 없이는 덫에서 벗어날 수 없다. 20년 전 OECD 가입에 걸 맞는 업그레이드를 하지 못해 외환위기를 겪었던 우를 범하지 않으려면 정치 경제 사회 제도전반의 구조개혁을 해야만 한다. 당장 인기를 얻기 위해 미래세대에 부담을 주는 포퓰리즘 정책을 지양하고 유효기간 지난 수구 이념과의 결별이 필요하다. 이미 선진국 정부는 자국 기업과 손잡고 글로벌 시장을 향해 뛰고 있다. 야당을 포함해 국력을 결집시킬 수 있는 유능한 리더십으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내고, 구조개혁을 통한 제조업 혁신과 서비스산업정보통신기술(ICT) 융합으로 신성장 동력을 만들어내지 않고는 선진국은커녕 후진국으로 뒤처져 버릴 것이다.

통일은 해도 되고 안 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필수 과제다. 지난해 철책 지뢰 폭발 사고가 보여주듯 한반도의 분단 상황은 사소한 충돌도 전쟁으로 비화할 폭발력을 내재하고 있다. 지난해는 중국의 압력으로 핵도발을 자제했지만 미국 대선의 해인 올해를 이용해 북한은 4차 핵실험으로 핵보유국의 위치를 굳히려 할 가능성이 높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북한의 핵실험 감행에 격분한 중국이 김정은 체제 붕괴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두고 미국과 비밀 회담에 돌입할 수도 있다고 2016년 세계경제대전망에서 예상했다. 북한의 급변 사태에 대비한 한미중 공조 조정이야말로 박 대통령이 막중한 사명감을 갖고 나서야 할 일이다.

240년 전 병신년()이었던 1776년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이 나오고 미국이 건국한 그 해, 조선의 르네상스를 이끈 개혁군주 정조가 즉위했다. 그러나 정조 이후 조선의 개혁은 멈췄고 종내 우물 안에 갇혀있다 국권을 상실하고 말았다. 조선의 정조 무렵 산업혁명과 시장경제, 민주주의의 근대화 물결에 올라탄 미국과 스칸디나비아 4개국 등 10개 나라는 5만 달러 클럽에 올라섰고, 세계대전을 두 번이나 치른 영국과 독일 프랑스 등 8개국은 4만 달러 클럽에 들어 있다. 그리고 아시아의 영국을 자부했던 일본이 4만 달러 턱 밑에 와 있다. 서구제국이 2세기에 걸쳐 완성한 산업화와 민주화를 압축해 달성했다는 우리나라가 지금 정치는 국가발전의 장애요소가 돼가고 있고 경제는 성장통을 앓느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오늘 새롭게 시작한 2016년, 끊임없이 개혁하면서 전진해야만 우리도 선진국을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 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