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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을 대표하는 말

Posted December. 17, 2015 07:20,   

日本語

권위 있는 영어사전 메리엄-웹스터는 올해 대표 단어로 접미사인 -ism(주의)을 꼽았다. 올 한 해 메리엄-웹스터 웹사이트의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찾은 단어가 사회주의(socialism), 인종주의(racism), 공산주의(communism), 자본주의(capitalism), 테러리즘(terrorism)이어서 그렇다는 것이다.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무슬림 입국 금지를 제안한 후에는 파시즘(fascism)을 검색한 사람도 많았다고 한다.

일본 한자능력검정협회는 올해 일본에서 벌어진 일을 대표하는 한자로 (안)을 선정했다. 아베 신조() 총리 이름에 이 들어있고 아베 정권이 추진한 안보법()을 둘러싸고 국론이 양분됐으며 제2차 세계대전 종전 70주년을 맞아 나라의 평안()을 기원하는 목소리도 높았다는 것이다. 안이 추천된 여러 이유 중에는 일본군 위안부()가 자주 거론된 것도 들어가 우리로서는 씁쓸한 느낌이 든다.

한국에는 이런 걸 뽑는 단체가 없지만 올해 한국을 대표하는 단어를 꼽아보라면 -포 헬-을 꼽고 싶다. 청년들을 가리켜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3포, 여기에 인간관계와 주택 구매를 더한 5포를 넘어, 개인의 꿈과 희망까지 포기한다고 해서 7포 세대라는 말까지 나왔다. 여기에 우리나라를 더 이상 희망 없는 땅이라고 자조해서 부르는 헬(hell)조선이라는 신조어도 나왔다. 다 언어적으로 정상적인 한국말이라고 할 수 없지만 올해의 분위기를 잘 표현하는 것만은 틀림없다.

청년들의 실업난이 연말 정국까지도 규정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에 경제활성화와 노동개혁 5법의 통과를 촉구하고 새누리당은 국가비상사태까지 들먹이면서 새정치민주연합을 압박하고 있지만 새정치연합은 관점이 다른 데다 당 내분까지 겹쳐 별로 협조해줄 생각이 없어 보인다. 이대로 가다가는 -포 헬-이 어디까지 진화할지 모르겠다. 내년엘랑 희망과 기쁨을 표현하는 단어들이 한국을 대표하는 말이 됐으면 좋겠다.

송 평 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