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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대선 슈퍼팩 정치자금, 소수 부자들에 집중 이례적

미대선 슈퍼팩 정치자금, 소수 부자들에 집중 이례적

Posted August. 03, 2015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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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슈퍼팩(Super PAC특별정치활동위원회)을 통한 정치자금 모금이 사상 유례없이 소수 부자들에게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의 정치가 도금시대(gilded age)를 넘어 플래티넘 시대(platinum age)에 다가서고 있다며 2016년 대선은 유례없는 금권선거 논란에 시달릴 것으로 전망된다고 2일 지적했다.

슈퍼팩은 특정 후보 지지자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외곽 지원 조직으로 대외적으로는 후보자나 정당과 분리돼 있다.

뉴욕타임스가 미국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C)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미국 공화당 유력 대선 예비주자인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올해 들어 6개월간 1억2000만 달러(약 1407억 원)의 정치자금을 모았는데, 이 중 슈퍼팩을 통한 모금액이 1억300만 달러로 86%에 달했다. 1억300만 달러 중 100만 달러 이상을 낸 고액 기부자는 24명이었다.

공화당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는 슈퍼팩을 통해 2000만 달러를 모았는데 이 중 1350만 달러는 단 4명의 억만장자와 월가 투자자가 낸 돈이었다.

다른 공화당 예비주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플로리다)은 슈퍼팩 모금액 1600만 달러 중 1250만 달러는 4명이 모아줬고,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텍사스)은 3700만 달러의 대부분을 단 3명의 후원금으로 채웠다.

공화당 후보들이 6월 말까지 모금한 3억8800만 달러의 절반 이상은 130명의 부호와 그들의 기업이 낸 것이다.

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슈퍼팩을 통해 1500만 달러를 모금했다. 이 중 절반이 넘는 900만 달러는 9명의 기부자가 100만 달러씩 낸 것으로 나타났다.

고액 기부자 순위에서 1위는 헤지펀드 르네상스 테크놀로지의 공동 최고경영자(CEO)인 로버트 머서로 공화당 대선 후보인 크루즈 상원의원, 보비 진덜 루이지애나 주지사, 칼리 피오리나 전 HP 최고경영자 등에게 1130만 달러를 후원했다.

정치인들의 슈퍼팩 의존이 커진 것은 개인이나 기관, 노조 등이 슈퍼팩을 통해 선거자금을 제한 없이 제공할 수 있다는 2010년 미국 대법원의 판결 이후다. 후보자와 독립적이어야 한다는 단서가 붙기는 했지만 이 판결은 정치인들에게 거액의 정치자금을 빠른 시간에 무제한으로 모금할 수 있는 길을 터 준 셈이다.

정치 광고비 수요가 커진 것도 원인이다. 특히 공화당은 내년 당내 경선 일정이 2, 3월에 집중되면서 초반 기세를 잡는 데 필요한 광고비가 더 많이 필요해졌다. 예년 같으면 경선이 시작되는 아이오와 주와 뉴햄프셔 주에서 쓸 광고비 정도만 모으면 됐지만 내년에는 경선 일정의 단축으로 많은 실탄이 한꺼번에 필요하다. 내년 3월 1일의 경우 텍사스를 포함한 11개 주에서 한꺼번에 공화당 경선이 치러질 정도다.

슈퍼팩은 공식 선거캠프의 핵심 역할인 유권자 조직 활동까지 벌이면서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 기존에 해왔던 정치자금 모금이나 독자적인 후보 광고 활동뿐만 아니라 유권자 등록 지원, 유권자 풀뿌리 조직 활동, 투표 참여 독려 운동까지 벌이는 것이다. 클린턴 전 장관을 지원하는 슈퍼팩인 코렉트 더 레코드는 경쟁후보 진영에 대한 조사활동까지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진석 jameshuh@donga.com하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