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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낭자들의 월드컵 신화

Posted June. 20, 2015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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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재간만큼이나 말재간이 뛰어난 이영표 축구 해설위원이 감격의 순간에 버벅거렸다. 글쎄요이거 뭐 슈터링이라고 얘기해야 하나요? 후반 33분 김수연이 오른쪽에서 골대 쪽으로 올린 멋진 크로스가 그대로 골문 안으로 꽂혔다. 센터링을 띄운다는 것이 운 좋게 골인이 된 건지, 아니면 절묘한 슈팅이었는지 좀 헷갈리면 어떠랴. 그 골로 한국 여자 축구대표팀이 18일 스페인에 2 대 1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며 사상 첫 월드컵 16강 진출의 쾌거를 이뤘으면 됐지. 오타와의 기적을 이룬 여자 축구대표팀이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축구 남자 대표팀은 1954년 스위스 월드컵 첫 출전 후 48년 만인 2002년 월드컵 때야 본선 첫 승과 16강 진출(4강까지 갔지만)을 이뤄냈다. 여자 팀은 불과 12년 만에 해냈다. 2010년 20세 이하 월드컵에선 3위, 17세 이하 월드컵에선 우승을 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도 한국 여자는 18위, 남자는 58위다. 이제 축구에서도 남성들이 여성들에게 밀릴 모양이다.

한국에선 아직도 축구는 남자가 하는 운동이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극성스러운 사커 맘이 많은 미국에선 여학생들이 활기차게 축구를 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미국은 여자축구 랭킹 1위다. 랭킹 10위 내 국가들은 북한(9위)을 제외하면 모두 선진국이거나 축구 강국이다. 여자축구의 최강인 미국과 독일의 여자축구 선수는 100만 명이다. 일본의 여자축구 선수도 3만6000여 명이나 된다. 한국은 초중학교 선수를 통틀어 1705명에 불과할 정도로 선수층이 얇다. 이렇게 척박한 풍토에서 일군 승리여서 더 값지다.

프랑스와의 16강전은 우리 시간 22일 오전 5시에 열린다. 13년 전 그날 태극전사들은 광주에서 열린 월드컵 8강전에서 스페인을 승부차기로 꺾고 극적으로 4강에 올랐다. 홍명보의 결승골에 온 국민이 환호했던 감동의 드라마를 이번에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매일 아침 메르스 감염자 수 확인이 일상화된 국민을 위로하는 멋진 희망의 골을 태극낭자들에게 부탁한다. 대한민국.

한 기 흥 논설위원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