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미국 의회에서 아베의 반성 이끌어낼 외교역량 보여라

미국 의회에서 아베의 반성 이끌어낼 외교역량 보여라

Posted March. 21, 2015 07:17,   

日本語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일본 총리로서는 처음으로 4월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대에 설 예정이다. 1941년 일본군의 진주만 공습 다음 날인 12월 8일 프랭클린 루스벨트 당시 미국 대통령이 일본에 대한 전쟁을 선언했던 바로 그 자리에서 전범국 총리가 전후() 70년의 미일 관계에 대해 연설한다는 것은 한국 외교에 충격이다. 미국이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에 종지부를 찍고 최고 우방으로 받아들인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아베의 연설로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도 마무리되면서 한국이 TPP에 참여하는 문이 닫힐 수도 있다.

외교부는 아베의 상하원 합동연설을 막지 못한 것이 대미() 외교의 실패는 아니라고 강변하면서 일본 정부가 그동안 누차 공언한 대로 과거사에 대한 진정한 성찰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AFP는 작년 7월 호주 의회에서 일본 역사의 사악함과 공포에 대해 겸허함(humility)을 표현한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본다. 이 정도라면 한일중일 관계 악화는 물론이고 한미미중 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동안 빛이 샐 틈도 없다며 긴밀한 한미 관계를 자랑해왔던 윤병세 외교팀은 그 말이 허세가 아님을 입증하기 바란다. 아베 총리가 일본의 잘못에 대한 책임을 부정하고 미 의회가 결과적으로 면죄부를 주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미국 정부와 의회에 분명하게 요구해야 할 것이다. 2007년 미 의회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위안부를 강제 동원한 데 대한 일본의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할 것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한 바 있다. 진솔한 반성이 포함되지 않은 아베의 연설은 미 의회를 무시하는 것임을 미 의원들에게 알려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오늘 3년 만에 열리는 한중일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상을 만난다. 기시다 외상에게도 미 의회 연설을 한미일 관계를 정상화하는 결자해지()의 기회로 선용하라고 충고할 필요가 있다. 동북아 정세의 격변기, 우리나라에 일본의 과거사 반성을 이끌어내는 선제 외교의 역량이 있는지 온 국민이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