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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중경제 의존 줄이려 러시아와 밀착?

Posted May. 14, 2014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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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지난해 북한에 전년보다 60%가량 증가한 규모의 석유를 공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강화된 가운데 진행된 것으로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뒤 북한이 대중()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러시아를 적극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러시아연방관세청과 KOTRA 모스크바무역관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해 북한에 3689만 달러(약 377억 원) 규모의 석유를 수출했다. 이는 2012년(2328만 달러)보다 58.5% 늘어난 것이다. 이에 따라 러시아의 대북 석유 수출은 2차 핵실험(2009년 5월 25일) 이전 수준(2008년 4161만 달러)과 비슷해졌다.

러시아는 1차 핵실험(2006년 10월 9일) 이듬해인 2007년 대북 석유 수출을 전년보다 56.7% 줄여 축소 기조를 유지하다 2009년부터 회복시켰다. 2012년 수출량이 크게 줄었지만 3차 핵실험이 실시된 지난해 다시 큰 폭으로 증가했다.

러시아의 대북 석유 수출이 늘면서 지난해 북한에 대한 전체 수출 규모도 2012년보다 48.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북한의 대러 수출은 29.9%(1100만 달러771만 달러) 줄었다.

지난해 북한은 대외교역의 90%가량을 차지하는 중국에 대한 수출을 17.2% 늘린 반면 수입은 5.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제1교역국인 중국과 제2교역국인 러시아와의 교역 패턴이 다른 양상으로 진행된 것이다. 베이징()의 한 대북소식통은 북한이 수입처 다변화를 꾀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러 관계를 강화하려는 북한의 움직임에 주목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은 중국이 비핵화를 한반도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는 등 압박을 강화하자 러시아에 다시 눈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러시아와 중국 간에 줄타기를 해오던 과거의 등거리 외교 카드를 다시 빼들었다는 것이다.

러시아 역시 일본과 중국을 견제하면서 동진()정책을 구현할 아시아태평양 거점으로 북한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최근 러시아가 북한에 채무 100억 달러를 탕감해주고 유리 트루트네프 부총리가 평양을 방문한 것도 이 같은 노력의 하나로 풀이된다. 북한의 대외 개방 창구인 나진항에서 유지되는 유일한 국제항로가 러시아를 오가는 디젤유 선박인 데다 나진하산(러시아) 간 철도사업이 진행되는 점도 이를 방증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북한이 경제의 생명줄이나 마찬가지인 중국을 제치면서까지 러시아에 더 가깝게 접근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다른 소식통은 북한과 닿아 있는 중국 랴오닝() 성, 지린() 성 등은 풍부한 물동량과 배후 산업기지를 갖고 있지만 러시아의 극동지역은 그렇지 못하다. 그럼에도 북한은 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함으로써 중국에 견제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