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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430km ''''해무''''타고 부산~평양 2시간내 출퇴근?

시속 430km ''''해무''''타고 부산~평양 2시간내 출퇴근?

Posted April. 25, 2014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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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출발한 열차가 평양을 거쳐 중국과 러시아로 뻗어나가고, 대학생들이 대륙횡단열차를 타고 유럽 배낭여행길에 오른다.

꿈같은 시나리오지만 시베리아 횡단철도(TSR)와 한반도종단철도(TKR) 등을 연결하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가 구체화되면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정치외교적인 문제가 해결된다고 하더라도 기술적인 문제가 남는다. 북한의 험난한 산악 지형, 나라마다 다른 선로 폭은 어떻게 해결해야 될까. 부산에서 유럽까지 구간별로 가능한 철도 기술 시나리오를 짜봤다.

부산에서 평양까지 고속철도로 2시간에 주파

최대 시속 300km인 KTX는 부산에서 서울까지 2시간 30분 걸린다. 서울에서 250km 정도 떨어진 평양까지는 1시간 남짓 더 달려야 한다. 하지만 차세대고속열차 해무(HEMU-430X)를 도입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최고 430km까지 달리도록 설계된 해무는 지난해 3월 진행된 테스트에서 시속 421km를 기록했다.

해무의 엄청난 스피드는 객차마다 달린 엔진에서 나온다. KTX는 맨 앞 객차에만 동력장치가 달려 있고 이 객차 하나가 나머지 차량을 끌어당긴다. 반면 해무에는 객차마다 하단 바퀴에 동력장치가 달려 있어 속도를 끌어올리기 쉽다.

공기 저항도 줄였다. 해무는 머리 부분이 뾰족하고 객차 모양이 유선형으로 설계됐다. 해무는 시속 300km로 달리는 KTX와 비교해 공기 저항을 10% 정도 덜 받는다. 김석원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차세대고속철도기술개발사업단장은 해무로는 부산에서 평양까지 2시간 안에 주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불구불 북한 산악지대에선 틸팅 열차

80%가 산악지형인 북한을 통과하려면 철로가 구불구불해질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차체를 회전방향 안쪽으로 기울여 속도를 늦추지 않고도 곡선 구간을 통과할 수 있는 틸팅(tilting) 열차가 적합하다. 쇼트트랙 선수가 코너를 돌 때 몸을 한쪽으로 기울여 빠르게 치고 나가는 원리와 비슷하다.

틸팅 열차는 곡선 구간에 다다르면 열차에 달린 센서가 현재 속도와 기울기 등을 파악해 원심력을 계산하고, 이를 토대로 차체를 얼마나 기울여야 할지 결정한다. 가령 시속 200km로 달리던 틸팅 열차가 곡선 구간에서는 차체를 최대 8도까지 기울여 시속 180km로 통과할 수 있다. 이 정도면 열차에 탑승한 승객들도 몸이 한쪽으로 쏠리는 느낌을 받지 않는다. 국내에서는 2007년 시속 200km급 틸팅 열차가 개발돼 당장이라도 상용화가 가능하다.

궤도 폭 넓은 러시아에선 변신 바퀴

러시아로 넘어가기는 쉽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선로 폭이다. 우리나라와 북한, 중국 등에는 폭 1.435m인 표준궤도가 깔려 있지만 러시아에는 이보다 폭이 넓은 1.52m짜리 광궤도가 깔려 있다.

여기에는 궤간가변대차 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 궤간가변대차는 열차를 멈추지 않고 시속 30km로 천천히 운행하면서 변경된 선로 폭에 맞춰 바퀴 폭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기술이다. 바퀴에 달린 잠금장치가 풀리면 바퀴의 스프링이 폭에 맞춰 늘어나고 이 과정이 끝나면 바퀴가 다시 고정된다. 철도연구원은 지난달 이 기술을 처음 공개했다.

나희승 철도연 책임연구원은 갈아타거나 바퀴 교체 시간이 대폭 줄어 서울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20시간이 걸리던 여정을 13시간으로 단축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대륙엔 바퀴 없는 자기부상열차

평양을 출발한 열차가 중국 선양을 거쳐 베이징, 상하이로 이어질 경우엔 수천 km의 긴 여정이 부담이다. 특히 바퀴가 닳아 제동에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다. 이때는 아예 바퀴가 없는 자기부상열차가 답이다.

자기부상열차는 자석의 같은 극끼리 밀어내는 원리를 이용해 열차 바닥과 선로를 같은 극의 자석으로 만들어 열차가 선로 위를 떠서 달리게 만든다. 중국 상하이에선 최고 시속 430km인 자기부상열차 상하이 트랜스래피드를 운행 중이며, 우리나라에서는 도심에서 운행할 수 있는 시속 110km 자기부상열차 에코미를 최근 개발해 시운전 중이다.

박도영 한국기계연구원 자기부상연구실장은 기존 열차는 오래 달리면 바퀴가 닳을 수밖에 없어 주기적으로 관리해줘야 하는 부담이 있다면서 자기부상열차는 시속 600700km인 비행기와도 경쟁 가능한 차세대 열차 기술이라고 말했다.

전준범 동아사이언스 기자 bbe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