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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를 막아라, 도쿄에서 가능할까

Posted January. 16, 201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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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아베 신조()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한 이래 우울해졌다. 올해야말로 하고 기대를 걸었던 일한 및 일중 관계 타개도 이래서는 멀어질 뿐이다. 미국까지 곧바로 실망을 표명했지만 내외의 비판을 무릅쓰고 자신의 미학()을 고집한 아베 총리에게는 나도 실망을 금할 수 없다.

그래서 오늘은 야스쿠니를 논해야 하나 하고 마음이 무거웠지만 생각이 바뀌었다. 불상사로 전 지사가 사임하면서 이달 23일 고시되는 도쿄() 도지사 선거가 갑자기 흥미로워졌기 때문이다. 호소카와 모리히로() 전 총리가 입후보를 표명한 것이다.

호소카와 가문은 전국시대 무장의 피를 이어받은 전통의 명가로, 그는 정치 이력도 화려하다. 참의원 의원을 거쳐 구마모토() 현 지사를 지냈고 일본신당을 만들어 1993년 자민당 장기정권을 무너뜨리고 비()자민 연립정권의 총리가 됐다. 당시 55세. 참신하고 시원스러운 이미지로 공전의 지지율을 자랑했다.

하지만 금전 스캔들도 있고 해 9개월 만에 사임하고 1998년 정계를 은퇴했다. 이후 오랜 동안 도예가와 화가로서 생활해 왔지만 다시 피가 끓은 것 같다.

그가 내건 기치는 탈()원전. 후쿠시마 제1원전 대형 사고의 상처도 치유되지 않은 상황에서 아베 정권이 원전 추진에 나서는 것을 보다 못해 도전에 나선 것이다. 도쿄 도는 후쿠시마 제1원전을 소유한 도쿄전력의 대주주이며 전력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지역이다. 2020년에는 올림픽 개최지가 되는 만큼 도쿄에서의 탈원전 선언은 국제적으로도 파장이 있을 것이다.

또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거침없는 언동으로 지금도 인기가 많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응원이다. 탈원전을 주창하는 자민당의 고이즈미 씨는 최근 주장의 강도를 높여오다 당파를 넘어 호소카와 씨와 팀을 이뤘다.

꽤 오래전 얘기지만 장기 집권을 자랑한 자민당 사토 에이사쿠() 총리에 맞서 Stop the Sato(사토를 막아라)라는 슬로건을 내건 미노베 료키치() 씨가 도쿄 도지사 선거에서 이긴 적이 있다. 미국의 베트남 전쟁에 협력한 사토 정권에 이의를 제기해 미노베 붐을 일으켰다. 그래서 정권이 쓰러진 것은 아니었지만 브레이크 역할을 한 것은 틀림없다.

이걸 따라 하자면 이번에는 Stop the Abe(아베를 막아라)일 것이다. 원전 정책뿐만 아니다. 호소카와 씨는 원래 보수계의 인물이지만 과거 역사 인식은 아베 총리와 정반대로, 아베 씨의 언동에 눈살을 찌푸렸었다.

21년 전 총리 취임 기자회견이 떠오른다. 그는 과거 전쟁에 대해 질문을 받자 침략이었다고 확실히 말했다. 8월 15일 전몰자 추도식에서는 총리로서 처음으로 아시아에 대한 가해 책임을 언급했다. 이 관례는 이후 총리에게도 계승돼 왔지만 지난해 아베 총리가 이를 파기했다.

김영삼 대통령과의 경주 회담도 기억에 남아 있다. 호소카와 씨는 식민지시대의 창씨개명, 일본군 위안부, 징용 등을 열거하며 가해자로서 진심으로 반성하고 깊이 사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런 깨끗한 태도가 침략의 과거를 사죄한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총리의 전후 50년 담화(1995년)로도 이어졌다.

도쿄 도지사라고 하면 약 1년 전까지 이시하라 신타로() 씨가 오랫동안 맡아왔다. 그는 센카쿠() 열도를 도가 구입하겠다고 하는 등 중앙정부에 대항하는 극단적인 우편향 언동으로 종종 물의를 빚어왔다. 호소카와 씨가 도지사가 되면 이와는 반대로 지자체 교류 등으로 중국 및 한국과의 우호 회복에 나설 것이 틀림없다.

물론 거대 도시 도쿄 도는 많은 문제를 안고 있어 선거전의 쟁점은 여러 가지일 것이다. 그 밖에도 유력 후보자가 있어 76세 고령의 호소카와 씨에게 승리의 문이 쉽게 열릴 것으로 볼 수는 없다.

이번 선거에는 이시하라 전 지사의 지원을 받아 다모가미 도시오() 씨도 이름을 올렸다. 5년 전 과거 전쟁을 정당화하는 언동이 자위관의 영역을 넘어섰다는 이유로 항공막료장(공군참모총장 격)에서 해임된 인물이다. 최근에는 우파 논객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데 그가 과연 얼마나 표를 모을까.

투표일은 2월 9일이다. 탈원전뿐만이 아니다. 정치와 여론의 우경화가 지적되는 가운데 과연 일본인의 균형감각은 얼마나 될까. 이를 가늠하는 선거이기도 해 나는 눈길을 떼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