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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동대지진 90주년 맞아 증언집 펴낸 일니시자키 마사오씨 조선인 학

관동대지진 90주년 맞아 증언집 펴낸 일니시자키 마사오씨 조선인 학

Posted August. 31, 2013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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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을 10명씩 묶어 군인들이 기관총으로 쏴 죽였다. 아직 죽지 않은 조선인은 선로에 늘어놓고 석유를 부어 태웠다.

만삭인 여성의 배를 줄로 묶은 뒤 강에 던졌다. 그랬더니 아기가 태어났다. 둘은 탯줄로 이어진 채 물에 떠내려갔다. 정말 비참했다.

조선인 시체는 어시장에서 큰 생선을 옮기듯 남자 2명이 쇠갈고리로 발목을 찍어 경찰서까지 질질 끌고 갔다.

1923년 9월 1일 발생한 간토()대지진 90주년을 맞아 당시 도쿄() 일대에서 자행된 조선인 학살을 생생하게 보여 주는 증언집 3권이 나왔다. 저자는 일본인 니시자키 마사오(53) 씨. 그는 30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정부는 간토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과 관련해 군이나 경찰의 관여를 숨기거나 축소해 왔다. 하지만 일본군이 직접 조선인을 죽였고, 경찰이 유언비어를 퍼뜨렸다는 증언은 수두룩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 사회가 당시 교훈을 외면하면 참극이 되풀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당시 일본군이 조선인을 죽이자 일반 민중은 만세를 부르며 환영했다. 조선인이 살인 방화를 하고 있다는 유언비어를 믿고 군이 자신들을 지켜 준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것이 계기가 돼 일본군은 파시즘으로 흘러갔다. 요즘 정부가 중국과 북한의 위협을 활용해 자위대를 국방군으로 바꾸려는 움직임도 같은 흐름이다. 역사는 되풀이될 수 있다.

니시자키 씨는 중학교 영어 교사 출신이다. 건강상의 이유로 10년 전 교직을 그만두고 간토대지진 때 학살된 조선인 유골을 발굴해 추모하는 모임 일에 전념해 왔다. 그는 증언을 모으기 위해 4년간 도쿄의 공립 도서관을 전부 뒤지고 수만 권의 책을 열람했다.

어떤 증언이 많았나.

일본 경찰이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탔다는 등의 유언비어를 날조하고 민중이 자경단을 만들어 조선인을 학살했다는 내용이다. 일본군이 직접 죽였다는 증언도 많다. 임신부도 볼록한 배에 폭탄을 숨겼다며 죽였다. 상하이() 임시정부가 그해 12월 5일자 독립신문에 6661명이 희생됐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것도 확실한 숫자는 아니다.

당시 일본 정부는 어떻게 대응했나.

국제사회의 비판이 두려워 일본군이 죽인 사건은 빼고 민중이 살해한 사건만 일부 재판에 회부했지만 대부분 집행유예 등 가벼운 처벌로 끝났고 넉 달 뒤 황태자 결혼식 때 모두 사면했다. 일본 정부는 오히려 조선인의 폭동 증거가 발견되지 않자 억지 증거를 만들려 했다.

일본인들의 반응은.

대부분 모르고 있다가 이야기를 듣고 쇼크를 받는다. 거기서부터 일본의 앞날을 생각하게 된다. 요즘 고교 교과서에서 관련 내용을 기술한 부분이 삭제되고 있는데 일본은 점점 과거 전쟁을 벌였던 원인을 잊어 가고 있다.

니시자키 씨는 관련 시민단체와 함께 조선인 학살에 대한 일본의 국가 책임을 묻는 서명운동을 6월부터 전개하고 있다. 현재 500여 명이 서명했고 올 연말까지 서명을 모아 국회 중참의원 의장 앞으로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청원을 낼 예정이다.

도쿄=배극인박형준 특파원 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