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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했던 역할과 실제 역할 달라 사퇴 안찾아와 만류깵 생각 돌리기 어려

기대했던 역할과 실제 역할 달라 사퇴 안찾아와 만류깵 생각 돌리기 어려

Posted August. 13, 2013 0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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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삼고초려 끝에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 이사장으로 영입한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돌연 이사장직을 사임한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5월 22일 내일 설립과 함께 합류한 지 80여일 만이다. 최 교수는 안 의원 측에 합류한 이후 진보적 자유주의 등 사상적 토대를 제공하는 한편 인재영입의 상징으로 평가돼왔다. 그래서 최 교수의 사임은 안 의원 측에 직접적 타격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안 의원은 오후 4시 5분경 홀로 최 교수의 연구실이 있는 서울 종로구의 한 오피스텔을 찾았지만 최 교수의 결심을 되돌리진 못했다. 최 교수를 30분가량 만나봤다.

왜 그만뒀나.

10일 안 의원에게 직접 그만두겠다고 했다. 직을 맡아 보니 내가 기대했던 역할과 실제 역할이 달랐다. 정치 쪽의 많은 영역이 요구됐다. 정치적 활동이 넓어지니 연구소가 제대로 안 됐다. 정당을 위한 기초 작업, 정책 개발과 연구를 정치세력화와 동시에 한다는 건 굉장히 부담이 컸다. 또 밖에서 얘기를 하면 훨씬 안 의원과 커뮤니케이션이 잘 될 수 있는 것도 제약이 많아지더라. 역기능이라고 할까. 안 의원에게도 평소 이런 얘기를 했다.

안 의원은 계속 만류하겠다는데.

충분히 이해하지만 생각을 돌리기는 어렵다. 같이 일을 하다 보니까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안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최 교수가 이사장직을 맡은 이후 학자적 양심을 갖고 한 말도 주위에서 정치적 의도를 갖고 해석하다 보니 많이 힘드셨던 걸로 들었다며 최 교수의 말에 정치적인 해석을 덧붙여 왜곡하고 폄하하는 시도는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당초 기대했던 역할과 실제 역할이 달랐다는 최 교수의 말과는 온도 차이가 있다.

정치적 노선을 두고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는 얘기가 왕왕 나왔는데.

대선후보 때는 그랬지만 내가 합류한 이후에는 생각이 같아졌다고 볼 수 있다. 안 의원은 이제 정당의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문제도 그 차원에서 이해하고 있다고 본다. 그러나 말했던 게 있으니 180도 바꿀 수는 없더라. 일정 기간을 두고 정당공천을 폐지해보면 정당공천의 효과, 필요성을 다시 확인하게 되리라고 본다.

안 교수에게 현실 정치에 관한 조언은 계속하나.

좀 더 자유로운 위치에서 조언을 하고 싶다. (이사장직 사임이) 현실 정치를 멀리하면서 공부만 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밖에서 정책, 이념의 방향을 조언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다.

현실 정치의 플레이어로서 느낀 바가 있다면.

우리 정치인들은 권력을 부정적으로 다루거나 회피하려 한다. 그러나 그럴 경우 리더가 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지향하는 목표, 가치가 크고 강할수록, 또 권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리더십이 나온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철수 신당은 기존 정당에 도전장을 낼 수 있다고 보나.

안 의원의 정치적 실험이나 노력은 민주당이 국민의 기대로부터 떨어져 있고 당으로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과 맞닿아있다. 밖에서 민주당의 개혁을 자극하고 좋은 경쟁자로서 성장하는 것이 한국 정치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쉬운 일은 아니더라.

황승택 기자 hstn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