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스앤젤레스 외곽 글렌데일 시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은 주한일본 대사관 앞에 세워진 것과 쌍둥이다. 글렌데일에 사는 1만여 재미동포가 성금을 마련하고 2년간 지역주민과 시정부, 시의회를 설득해 건립됐다. 이 소녀상은 태평양 건너 일본에서 침략과 인권유린의 역사를 부정하는 이들에게 부끄러움을 깨우쳐 줄 것이다.
소녀상 제막식에 참석한 양심적 일본인과 일본계 미국인들은 일본 정부와 정치인은 과거사를 진정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바른 말을 했다. 일본 정부는 현지 외교공관 등을 동원해 소녀상 건립을 조직적으로 방해했다. 제막식 당일 일본 정부의 공식 대변인 격인 관방장관 은 지극히 유감이라며 위안부 문제를 정치외교문제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억지소리를 했다.
최대부수를 발간하는 보수지 요미우리신문까지 나서 소녀상이 설치되기 까지는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1993년 고노 담화가 논리적 근거를 제시했다며 성노예 왜곡을 시정하기 위해서라도 고노 담화의 재검토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국수주의 저널리즘의 표본이다. 일본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할수록 일제 식민의 피해를 기억하는 곳에는 제3, 제4의 소녀상이 만들어 질 것이다.
전반적인 우경화 바람을 타고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압승한데 대한 자신감 탓인지 일본 정치인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망언()을 쏟아내고 있다. 한일 축구경기 도중 역사 문제를 거론하는 플래카드가 걸린 것에 대해 그 나라의 민도()가 의심 된다고 문부과학상이 막말을 했다. 아소 다로 부총리겸 재무부 장관은 독일 나치 정권의 헌법 무력화 수법을 배워야 한다고 헛소리를 했다. 아소는 어제 뒤늦게 발언을 철회했지만 이미 내뱉은 말을 도로 주워 담을 수는 없는 것이다. 독일의 가톨릭 신학대학에서는 히틀러식 경례를 한 대학생 두 명이 퇴학당했다. 나치의 출생지인 독일에서는 나치를 찬양하는 것은 물론이고 나치 문양이나 깃발을 사용하는 행위까지 형사처벌하고 있다. 그런 마당에 부총리가 나치식 개헌을 주장하는 판이니 정말 일본의 민도가 의심된다.
일제가 패망한 8월 이면 한일간 긴장이 고조됐는데 올해도 조짐이 좋지 않다. 아베 총리를 비롯해 각료들이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참배를 집단 참배한다면 한일관계는 또 한번 상처를 받을 것이다. 한일정상회담을 통한 관계 정상화를 진정으로 바란다면 역사문제와 관련해 진정성 있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그게 식민지 피해의 경험을 가진 이웃 국가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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