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 69% 6•25는 북침 응답 충격 역사는 민족의 혼

박근혜 대통령은 17일 얼마 전 언론에서 실시한 청소년 역사인식 조사 결과를 보면 고교생 응답자의 69%가 625전쟁을 북침이라고 응답한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며 교육현장에서 진실을 왜곡하거나 역사를 왜곡하는 것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역사는 민족의 혼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건 정말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대통령은 우리 교육이 잘못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고 생각한다. 결코 묵과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새 정부에서는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며 올바른 역사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신중하게 대책을 마련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정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625전쟁이) 고조선 때 일도 아니고 그걸 잘못 알거나 잘못 가르쳤다면 동시대를 살아가는 어른들이 함께 고민하고 깊이 생각해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대통령뿐 아니라 많은 국민이 충격을 받았으리라 생각하고 당연히 잘못됐으면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일본의 역사 왜곡을 강하게 비판하는 등 올바른 역사 인식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지난달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존 햄리 소장 등을 만나서는 어떤 역사학자가 영토는 사람의 몸이고 역사는 사람의 혼이다라고 했는데 (일본의 역사 왜곡은) 혼의 상처를 자꾸 찌르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6월이 호국보훈의 달인 점도 박 대통령이 역사 인식을 강조한 계기가 됐을 것으로 풀이된다.

논란 끊이지 않는 역사교육 현장

박 대통령의 언급은 일선 교육현장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교과서를 두고도 논란이 이어지고 일부 교사가 왜곡된 역사교육을 하는 일도 빚어지는 상황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역사교과서의 정치편향 논란은 그동안 꾸준히 거론됐다. 보수 성향의 한국현대사학회에서 활동하는 학자들이 집필에 참여한 교과서의 검정을 놓고 논란이 이어지는 것이 최근의 대표적 사례에 해당한다.

이에 앞서 2011년에는 민주주의와 자유민주주의 용어를 사용하는 문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빚어졌다. 2004년에는 금성출판사가 내놓은 근현대사 교과서가 좌편향 됐다는 국회 국정감사 지적 이후에 교육부가 교과서 206곳에 대해 수정을 지시하면서 갈등이 증폭되기도 했다.

고교용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검정에 정부의 이해관계가 반영되면서 파문을 낳기도 했다. 2002년 제7차 교육과정에 따라 도입된 고교용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가 직전 정부인 문민정부를 비판적으로 서술하고 국민의 정부를 미화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결국 검정위원들이 일괄사퇴하고 근현대사 교과서 4종은 수정됐다.

일부 교사가 왜곡된 역사관을 강요하는 것도 문제다. 최근 시민단체 블루유니온은 학생들이 정치적으로 편향된 수업을 받는다며 선동편향수업 신고센터 접수자료를 공개했다. 자료에는 교사가 수업 중에 해방 후 미국의 사주를 받은 이승만 대통령이 남북 분단을 유도했다거나 천안함 사건은 이명박 때문에 일어났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는 신고 내용이 담겼다. 본보 14일자 A13면 참조

조전형 인천대 교수와 이명희 공주대 교수가 최근 전국 중고교생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중학생의 38.5%, 고교생의 56.6%가 수업시간에 교사 개인의 정치적 견해를 들었다고 답했다.

역사교육, 질과 양 모두 늘려야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역사교육의 절대적인 양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현재 중고교 교사들은 집중이수제로 인해 학생들의 관심이 더 떨어져 역사교육을 제대로 하기 힘들다고 호소한다.

200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부터 탐구영역이 선택과목 체제로 바뀌면서 수능에서 국사를 선택하는 학생도 급감하고 있다. 2005학년도에는 27.7%이던 국사 선택 비율이 2012학년도에는 6.9%까지 줄었다. 서울대가 한국사를 필수로 지정하면서 좋은 등급을 받지 못할까 봐 한국사를 기피하는 현상은 더욱 심해졌다.

역사교육의 중립성을 담보하기 위한 교사의 노력이 한층 더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무성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학생들은 교사의 일방적인 의견도 사실처럼 받아들이는 때가 많다는 점을 고려할 때 역사적인 사실과 관련해 교사가 자신의 의견을 밝힐 때는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도형이재명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