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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만에 붙잡힌 77246 위조지폐범

Posted June. 08, 2013 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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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동안 신출귀몰했던 위조지폐범이 결국 붙잡혔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2005년 3월부터 올해 6월 4일까지 5000원권 구권 5만여 장을 위조해 상점 등에서 4만4000여 장을 사용한 혐의(통화위조 및 사기 등)로 김모 씨(48)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경기 성남시의 자택 인근에 보증금 100만 원 월세 15만 원짜리 방을 얻어 컴퓨터, 복합기 등을 갖춰놓고 옛 5000원권을 위조했다. 스캐너로 5000원권의 앞뒷면을 스캔한 뒤 출력해 크기에 맞게 손으로 잘라 두 장을 풀로 붙이는 방법으로 위폐를 제작했다. 위조 방지를 위해 옛 5000원권에 적용됐던 율곡 이이의 초상을 따로 인쇄하거나 일련번호의 앞 세 자리, 뒤 두 자리를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일일이 고치기도 했다.

김 씨는 위폐 대부분을 전국 각지를 돌며 한 번에 200여 장씩 특정지역에서 3일간만 사용했다. 김 씨는 폐쇄회로(CC)TV가 없고 노인들이 혼자 운영하는 슈퍼마켓 등에서 껌, 테이프 등을 산 뒤 위폐로 계산하고 거스름돈을 돌려받았다.

그러나 5일 서울 광진구 자영동의 한 슈퍼마켓에서 껌과 라이터 하나를 사고 위폐를 사용하려다 가게 주인 황모 씨(62)의 신고로 덜미가 잡혔다. 황 씨는 지난해 가을과 올해 1월김 씨가 이 가게에서 사용한 돈이 위폐임을 확인한 뒤 포스트잇에 위폐의 일련번호 77246을 적어 계산대 옆에 붙여놓은 채 5000원권 구권 사용자를 주시해 왔다.

77246이 찍힌 위폐는 2005년 4775장, 2006년 6455장, 2007년 6161장 등 매년 발견됐지만 경찰과 국가정보원,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은행 등은 단서조차 잡지 못했다. 김 씨의 위폐가 정교해 금융기관에 입금된 뒤에야 위조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

김 씨는 중학생인 둘째 아이가 태어날 때부터 장애를 가지고 있어 수술비가 부족했다. 사업 실패로 빚을 졌고 사채까지 쓰면서 돈이 필요해 위폐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