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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100년을 내다보며 5년 국정 경영해야

[사설] 100년을 내다보며 5년 국정 경영해야

Posted February. 26, 2013 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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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제18대 대통령이 어제 취임식을 갖고 5년 임기의 첫 발을 내디뎠다. 박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새 정부는 경제 부흥 국민 행복, 문화 융성을 통해 새로운 희망의 시대를 열어나가겠다고 국정의 3대 목표를 제시했다. 국민과 함께 제2의 한강의 기적을 만드는 위대한 도전에 나서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박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밝힌 초심을 잊지 말고 임기 5년이 아니라 미래 100년을 책임진다는 각오로 대한민국을 이끌어주길 바란다.

공자는 정치에서 정()의 의미는 곧 정()이다. 지도자가 자신을 바르게() 할 수 있어야 능히 남을 바르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기()는 수신()을, 정인()은 치국()을 의미한다. 정치와 지도자의 요체를 명료하게 제시한 금언()이다. 자신을 바르게 한다는 것은 부도덕하거나 불법적인 일을 저지르지 않고, 이해타산에 얽매이지 않으며, 공정하게 일을 처리하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본인은 물론, 가족 친인척 측근 등의 관리도 철저히 해 퇴임 때도 아름다운 대통령으로 남길 기대한다.

최고지도자로서 국가를 바로 세울 책무도 있다. 박 대통령은 깨끗하고 투명하고 유능한 정부를 만들어 정부에 대한 불신을 씻어 내겠다고 말했다. 정치인과 공직자의 범법과 부정부패는 엄히 다스리고 정치권이 약속한 정치개혁도 빨리 실행되도록 독려해야 한다.

경제는 민생의 기본이 되는 국정 과제다. 나라 안팎의 경제사정이 썩 좋지 않다. 새 정부가 어떻게 경제 운용을 하느냐에 따라 향후 한국경제는 선진국으로 나아가느냐,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대에서 주저앉느냐의 기로에 설 것이다. 박 대통령이 글로벌 경제위기에 대해 우리 스스로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 극복할 수 있다고 한 것은 적절한 현실 진단이다.

부가가치가 높고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고급 서비스업, 즉 의료 관광 금융 교육 법률 분야 등에 대한 규제는 추동력이 강한 정권 초기에 과감하게 풀어야 한다. 정보통신기술(ICT) 문화 콘텐츠 서비스 산업에 투자를 확대해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창조경제론의 방향은 맞다. 정규직은 기득권을 양보해 비정규직과의 차별을 줄이고, 기업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박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창조경제와 함께 대선 때 내세웠던 경제민주화를 다시 강조했다. 최근 경제민주화 의지가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눈길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이익을 가로채는 불공정행위나, 사회적 지탄을 받을 만한 대기업과 총수의 비리는 반드시 엄단해야 한다. 그러나 경제민주화가 대기업 때리기로 변질돼선 안 된다.

양극화와 계층갈등은 가장 큰 도전이다. 1000조 원에 이르는 가계부채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의 자살률,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저출산 고령화는 하루빨리 제거해야 할 시한폭탄이다. 취약계층에게 최소한도의 기초생활을 보장하고, 질병 실업 고령 등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국민 개개인을 보호하는 사회안전망을 촘촘하게 엮어야 한다.

문제는 재원()이다. 대선 복지공약을 다 이행하려면 5년 동안 135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예산이 필요하다. 공약 이행에 매달려 과도한 복지로 재정건전성을 해치고 성장 불씨를 꺼뜨린다면 후대()에 죄를 짓는 일이다. 퍼주는 복지가 아니라 일하는 복지로 물줄기를 틀어 복지와 성장이 함께 굴러가도록 하고, 복지 전달체계의 효율성과 투명성도 높여야 한다. 박 대통령은 100년을 내다보며 5년 국정을 경영해야 한다.

임신이 걱정이 아니라 축복이 되도록 출산지원을 강화하고 안심하고 양육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지 않으면 저출산 문제 해결은 불가능하다. 그래야 여성지위도 올라가고 여성취업도 늘어나 최초의 여성대통령에 값할 수 있을 것이다.

동북아 끝자락의 가난한 나라가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자녀를 교육시킨 부모세대의 뜨거운 교육열 덕분이다. 21세기 지식정보화시대에는 과거의 인재들과 차원이 다른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인재가 필요하다. 박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모든 학생들의 잠재력을 찾아내는 일이 국가발전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한대로 개인의 소질과 능력을 꽃피울 수 있는 교육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학벌이 아닌 능력위주의 사회를 정착시키는 일도 중요하다. 모든 국민이 출발선에 상관없이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도록 공교육과 재교육 기회를 늘리고, 계층상승을 돕는 기회의 사다리도 복원해야 한다.

박 대통령은 3대 국정목표 중 하나로 문화 융성을 명시해 문화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의지를 피력했다. 우리 민족의 유무형 자산인 문화는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한류가 그 좋은 본보기다. 박 대통령은 정신문화의 가치를 북돋우는 일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도서관 확충, 책 읽는 문화 조성 등 문화의 기초를 다지는 일이 시급하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은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다. 박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힘이 아닌 공정한 법이 실현되는 사회, 사회적 약자에게 법이 정의로운 방패가 되어 주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박 대통령이 대선과정에서 성폭력 가정폭력 불량식품 학교폭력을 4대 사회악으로 규정하고 척결을 약속했다. 경찰인력을 해마다 4000씩 늘려 5년간 총 2만 명을 증원하는 방안도 치안의 질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다.

검찰의 신뢰는 지난 정권에서 바닥으로 떨어졌다. 신뢰회복을 위해 과감한 개혁이 필요하다. 대검 중앙수사부 폐지만으로는 부족하고, 대통령 친인척과 권력실세 비리에 대한 조사권과 고발권을 갖는 특별감찰관 신설 공약을 신속히 실행해야 한다.

환경은 글로벌 시대의 중요한 화두다. 기후변화로 인한 각종 재해는 매년 급증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환경에 대한 투자는 한반도를 넘어 70억 인류가 살고 있는 지구를 온전하게 후손들에게 물려주기 위한 전 지구적 공통 과제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전임 이명박 대통령은 녹색 성장의 이슈를 선점하고 밑그림을 제시했다. 박근혜 정부는 이를 착근()시키고 국민의 안전과 경제 성장의 근간으로 키울 책임이 있다.

박 대통령은 대통합의 기치를 내걸고 당선됐다. 우리 사회의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가 정치적 이념적 분열이다.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 시절의 긴급조치와 부마 항쟁 피해자를 명예회복하고 보상하는 일은 의의가 크다. 국가부터 솔선해서 여성 고졸자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적극 채용해야 한다. 지역 불균형 해소를 위해 박정희 대통령이 경부고속도로를 깔던 마음으로 호남 충청 강원 지역 등 소외 지역개발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안보 외교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급박하다. 박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국민의 생명과 대한민국의 안전을 위협하는 그 어떤 행위도 용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또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로 한민족 모두가 보다 풍요롭고 자유롭게 생활하는 행복한 통일시대의 기반을 만들겠다면서 확실한 억지력을 바탕으로 남북 간에 신뢰를 쌓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겠다는 뜻도 밝혔다. 북핵 불용을 천명하면서도 대화의 창은 열어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새 정부를 시험하겠다는 무모함을 버리고 생존과 평화공존의 길로 나아가도록 대화와 억제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

한미동맹은 계속 강화해야 할 핵심적인 안보외교 자산이다. 새 정부는 한미동맹을 중국에 대한 견제와 미국에 대한 일방적 의존 수단이 아니라 상호호혜적인 동맹으로 진화시켜야 한다. 중국은 경제적으로는 기회의 땅이지만 북한과 역사 문제에서는 갈등이 여전하다.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도 중국과의 신뢰 구축이 시급하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를 공유하는 한국과 일본이 소원해지면 동아시아의 안보 불안과 경제의 그늘이 짙어진다. 과거사와 국익을 분리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박 대통령은 눈앞의 현안과 먼 곳의 목표를 동시에 보는 다()초점 외교안보전략을 써야 한다. 격변의 시대에 우리의 운명을 남의 손에 맡기지 않으려면 국익을 극대화하고, 양자관계와 다자관계를 동시에 아우르는 포괄적 전략과 시각을 가져야 한다.

박 대통령은 어제부터 구중심처()로 불리는 청와대로 들어갔다. 대통령이 측근들에만 둘러싸여 듣기 좋은 말만 들으면 판단이 흐려질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은 주변의 쓴 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국민과 유리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야권과의 대화와 타협, 공존과 상생에도 앞장서 독선적, 권위적, 불통 정부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역사는 시운()과 인간의 합작품이다. 박 대통령이 현재 대한민국이 갖고 있는 모든 역량과 자산을 결집시키는 리더십으로 풍요롭고, 튼튼하고, 존경받는 대한민국을 만들어 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