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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운동회 빠지지 않을 정도로 환희-준희 끔찍이 사랑했는데 (일

가을운동회 빠지지 않을 정도로 환희-준희 끔찍이 사랑했는데 (일

Posted January. 08, 20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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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이틀 전 애들이랑 스키장에 가고 싶다고 문자 하던 성민이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다니.

7일 오후 조문을 마친 김모 씨(40건축업)는 고 조성민 씨와 10년 지기다. 지난해 8월에는 조 씨의 가족과 휴가를 함께 보냈을 정도로 친하다. 김 씨는 2일에 만났는데 전혀 이상 징후를 못 봤다고 말했다.

조 씨는 배우 고 최진실 씨와 이혼한 뒤 1년이 지나지 않아 내연녀와 재혼했다는 이유로 세간의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지인들은 그에 대해 자식만큼은 끔찍이 여겼던 아빠로 기억했다. 최환희 군과 동생 최준희 양이 다니는 초등학교의 가을운동회에는 조 씨가 거의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고 지인들은 전한다.

학부모 최모 씨(49)는 조 씨가 아버지들끼리 하는 줄다리기와 달리기도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고 최진실 씨의 절친한 친구였던 이영자 씨와 사이가 안 좋았지만, 운동회에서 마주치더라도 마찰을 빚지 않고 아이들에게 집중했다고 한다.

조 씨는 맛있는 음식을 먹다가도 아이들 생각에 애들 피자라도 사다 줄까 하고 말하는 아빠였다. 이날 빈소를 찾은 길모 씨(40)는 만날 때마다 아이들 얘기가 빠지지 않았다며 성민이가 자녀들 휴대전화도 신형으로 바꿔주고 싶다고 말하는 등 항상 무언가 챙겨주지 못한 아쉬움을 토로했다고 전했다.

조 씨가 자녀들과 만남이 뜸해진 것은 지난해 11월 프로야구 두산과 2군 재활코치 재계약에 실패한 즈음이다. 작은아버지인 조모 씨는 아이들과 주일마다 교회에 나갈 만큼 자주 만났지만, 최근에는 거의 못 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매년 참석하던 학교 가을운동회도 지난해엔 참석하지 않았다. 야구 관련 사업을 하는 이모 씨(45)는 경제적으로 불안정하니 자식들을 마음 놓고 만났겠느냐며 아쉬워했다. 이 씨는 여자친구 박모 씨가 잦은 다툼 끝에 이별을 통보한 이유도 조 씨의 경제적 무능 탓이 컸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달 전 술자리에서도 조 씨는 돈이 없어 살아가기조차 힘들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이날 입관식은 오후 2시 반경으로 예정됐으나 3시간 미뤄졌다. 오후 4시경 아들 환희 군이 점퍼에 달린 모자로 얼굴을 가린 채 들어왔다. 동생 준희 양도 입술을 깨문 채 오빠의 뒤를 따라오며 아빠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기 위해 빈소를 찾았다.



김수연 sy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