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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한민국 과거 넘어 미래 꿈꾸는 박물관으로

[사설] 대한민국 과거 넘어 미래 꿈꾸는 박물관으로

Posted December. 27, 2012 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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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세종대로에 자리 잡은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어제 개관했다. 국가 차원에서 세워진 최초의 근현대사박물관이다. 이 박물관은 대한민국을 바라보는 부정적 역사인식을 정상화하자는 취지로 이명박 정부 들어 추진됐다. 이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08년 광복절 기념식에서 고난과 역경 속에서 발전한 자랑스러운 기적의 역사를 후세에 전승하기 위해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을 건립하겠다고 말했다. 1945년 해방 이후 가난과 전쟁을 극복하고 오늘의 대한민국을 일궈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 우파 세력의 의지가 반영된 결정이었다.

이 박물관은 건립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을 겪어야 했다. 어느 시기부터 전시 내용에 포함시켜야 하느냐를 놓고 논란이 가열됐다. 엄밀히 따지면 1948년 대한민국 건국 이후를 다뤄야 하지만 일제 치하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역사가 배제될 수 있다는 반론에 부닥쳤다. 결국 1876년 개항 이후 근현대사를 모두 조망하는 것으로 낙착됐다. 대한민국 역사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느냐를 놓고 시작된 의견 대립이었다.

우리 사회에는 대한민국 건국에 대해 민족 분단의 출발점이라는 시각과 함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길을 선택함으로써 오늘의 번영을 이룰 수 있었다는 인식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민주화가 어떻게 진전돼 왔는가에만 초점을 맞춰 역사를 해석하려는 세력도 존재한다. 박물관 측은 우리나라의 경제발전과 민주화 성과를 균형 잡힌 시각으로 보여 주겠다는 원칙을 내놓고 있지만 좌우 세력들은 벌써부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어제 한 좌파 역사단체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현대사를 일방적으로 미화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박물관은 우리 근현대사를 사건 중심으로 보여주고 있다. 인물의 업적을 강조할 경우 예상되는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파장을 줄이기 위해 11월로 예정됐던 개관식도 대선 이후로 미뤘다. 이번 대선에서 진보 후보가 당선됐을 경우 개관이 아예 연기될 수도 있었다는 말도 나왔다. 그러나 이 박물관이 대한민국 역사를 균형 있게 보여주는데 성공할 수만 있다면 오히려 우리 사회의 좌우 갈등과 대립을 치유하는 역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현대사는 민주화나 산업화 어느 한쪽 논리만으로 접근해서는 전체적인 설명이 불가능하다. 박물관 측은 대한민국이 걸어온 험로()를 있는 그대로 제시해 과거를 넘어 미래를 꿈꾸는 국민 통합의 장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