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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김치 업계 매운맛 본다 (일)

Posted December. 24, 2012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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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김치 사업을 하는 국내 한 대기업이 최근 김치 사업을 접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몇 년째 적자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식품 대기업들이 대부분 김치 사업에서 수익을 못 내면서 김치 종주국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포장김치 시장의 60%를 점유하는 종가집 김치를 만드는 대상FNF는 2010년 86억 원, 2011년 45억 원의 적자를 냈다. 이 회사 매출에서 김치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 이상이다. 대상FNF 측은 올해 적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김치 사업에서 이익을 냈기 때문이 아니라 사업 정리 등 구조조정 덕분이다. 김치시장 점유율 510%인 CJ제일제당, 동원F&B, 풀무원 등도 김치 사업에선 대부분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대기업들이 김치 사업에서 쩔쩔매는 가장 큰 이유는 재료값이 널뛰기 때문이다. 올해 농수산물공사 월평균 배추 도매가는 kg당 350원에서 1279원을 오갔다. 정부는 당초 12월 들어 가격이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지만 이달 초 몰아친 한파와 폭설로 오히려 전달보다 올랐다. 기상 이변이 잦아지면서 배추값이 오르고 내리는 시기도 매년 달라지고 있다.

재료값과 인건비는 전반적으로 오름세지만 포장김치 가격은 2년째 그대로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김치는 서민 먹거리라는 인식이 있어 가격을 올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기업들이 생산 원가를 낮추기도 쉽지 않다. 중국산에 대한 소비자의 거부 반응이 심해 국내산 재료만 사용하기 때문이다. 배추는 생산량이 일정치 않고 장기간 보관이 어려워 값이 쌀 때 대량 구매할 수도 없다.

올해는 배추값이 오르면서 포장김치를 사 먹는 가정이 늘었지만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동원F&B 관계자는 배추값이 떨어지면 집에서 담가 먹는 가정이 늘어 매출이 줄고, 배추값이 올라야 매출이 늘어난다. 매출이 오른다고 수익이 많이 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치를 담가 먹는 가정이 갈수록 줄고 있지만 전체 포장김치 시장은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 이마트의 김진범 김치 바이어는 1인당 김치 소비량 자체가 줄고 있어 포장김치 매출 증가율은 연 5%가 안 된다고 전했다. 1인당 김치 소비량은 2001년 36kg에서 2010년 28kg으로 줄었다.

김치 생산 기업들은 한식 세계화에 한 가닥 희망을 걸고 있다. 현재는 해외에서 값싼 중국산 김치와 경쟁하기 쉽지 않지만 한식 브랜드의 가치가 높아지면 한국 김치를 찾는 소비자가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최근 5년간 김치 수출량이 소폭이나마 증가세를 보이고 수출량 상위에 유럽 국가들이 포함된 것을 긍정적인 변화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김치 사업이 어렵지만 향후 한식 세계화 바람이 불면 새로운 수입원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남윤서 bar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