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미국 함대가 분쟁 도서 부근에 무엇 때문에?
지난달 30일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이런 제목으로 미국이 육해공군 전력을 조용히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서 멀지 않은 곳에 집결시켰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이에 맞서 지난달 30일 동해 해역에서 신형 전투기와 폭격기, 구축함 등을 동원해 해공군 합동 훈련을 벌였다고 제팡()군보가 1일 보도했다. 한편 일본과 중국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이 해역에서는 1, 2일 중국 해양감시선들이 대거 출동해 일본 순시선들과 대치했다.
타임에 따르면 핵항공모함 조지 워싱턴은 중-일 갈등 해역 부근에서 작전을 시작했다. 또 핵항모 존 스테니스도 조금 떨어진 남중국해에서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이들 항모는 각각 80여 척의 전투기를 싣고 구축함, 핵잠수함 등으로 구성된 항모 강습전단()을 이끌고 있다. 또 인근 필리핀해 부근에도 약 2200명의 미 해병대가 상륙함 본홈리처드 등에 탑승해 있다. 해병대는 상륙정 경장갑차 수직 이착륙 전투기 해리어 등으로 무장했다.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이 부대들이 태평양의 일정 지역에 밀집한 것은 이상할 정도의 군사력 집중이라고 타임은 지적했다.
이에 대해 미군 태평양 사령부는 이들의 작전이 어떤 특정한 사건에 연결돼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일단 센카쿠 열도가 공격을 받으면 미국은 일본과의 공동방위조약에 의해 자동 개입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군사력 집중은 미국이 중국에 갈등을 격화시키지 말라는 경고를 보내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은 지난달 30일 신형 전투기들이 가상 적진인 한 섬에 접근해 정밀 폭격하는 훈련과 고공에서 융단 폭격을 퍼부으면서 구축함들이 원거리에서 함포로 지원사격하는 훈련을 벌였다. 센카쿠 열도 분쟁에 대비한 성격이 흠씬 묻어나는 훈련이다.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중-일 갈등은 2일에도 재연됐다. 초대형 태풍 17호 즐라왓 영향이 가시자마자 1, 2일 중국 공선()들이 다시 센카쿠 인근 해역에 나타나 일본 순시선들과 대치했다. 2일 오전 중국 해양감시선 4척이 일본 측이 주장하는 센카쿠 해역의 접속수역(영해기선에서 1224해리)과 영해(영해기선에서 12해리약 22.2km)까지 들어와 일본 측과 대치했다. 앞서 1일에는 중국 해양감시선 6척과 대만의 해양 경찰 순시선 1척 등 7척이 접속수역에 진입했다.
중국군도 이 지역에서 연일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1일 인민해방군 기관지 제팡군보는 댜오위다오를 관할하는 동해함대 소속 전투기와 폭격기, 구축함 등이 중추제(추석)인 지난달 30일 동해 모 해역에서 대규모 폭격 등 합동 훈련을 벌였다고 전했다.
한편 일본 정계의 실력자인 마에하라 세이지() 민주당 정조회장은 중국이 센카쿠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할 경우 응소를 검토하겠다고 지난달 30일 말했다. 일본 정부는 센카쿠는 일본의 고유 영토로 영토 문제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중국이 ICJ에 제소해도 응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이헌진 박형준 mungchii@donga.com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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