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통영의 딸 신숙자 씨가 사망했다고 통보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구출 운동을 이끌었던 북한인권운동 단체와 신 씨의 고향 친구들이 깊은 슬픔에 잠겼다. 다만 신 씨의 딸인 혜원(36), 규원(34) 자매가 살아 있다는 게 확인된 만큼 국제사회와 함께 이들에 대한 구출운동을 본격적으로 벌이기로 했다.
통영의 딸 구출운동 본부 김미영 대표는 아름다운 영혼을 지녔던 신 씨의 죽음에 대해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자매 구출 운동과 함께 북한 정치범 수용소 해체 운동도 동시에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11개국 언어로 번역한 웹사이트 전시관(www.sagekorea.org)을 구축해 북한 인권 실상을 세계에 널리 알릴 것이라고도 했다. 북한 전문가인 하태경 국회의원 당선자는 신 씨가 사망했다면 사망 장소 등 구체적 경위를 알려줄 것을 북한 당국에 요청하고 신 씨 유해도 남한으로 오도록 해야 한다며 (신 씨의 남편인) 오길남 박사와 두 딸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상봉할 수 있도록 북한에 지속적으로 촉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5월 경남 통영현대교회 등을 중심으로 시작된 신 씨 모녀 구출 서명운동은 같은 해 11월까지 20여만 명이 서명했다. 통영시민(14만여 명) 가운데 21%인 3만여 명도 서명에 참여했다. 이 운동을 주도한 통영현대교회 방수열 목사는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신 씨가 사망했다면) 정말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신 씨의 모교인 통영여중 단짝친구 김순자 씨(69통영 도천동)는 기적을 바랐는데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친구가 죽었다면 두 딸만이라도 보내줘야 하지 않느냐고 울먹였다. 김 씨는 4일 열린 중학교 동창회에서 많은 친구들이 숙자 소식을 궁금해했다며 죽기 전에 숙자를 꼭 한 번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꿈과 희망이 무너져 버렸다고 말했다. 주길자 씨(70통영 태평동)는 숙자가 죽었다니 마음이 싸늘하다며 꼭 내가 당하는 기분이다라고 말했다. 김경애 씨(69서울)도 고생만 하다 좋은 세상 한 번 못 보고 숨졌다니 가슴이 아프다면서도 저쪽(북한) 사람들 말만 믿을 수 있느냐. 아직 희망을 갖고 싶다고 했다.
한편 오 박사 가족의 월북을 권유한 것으로 알려진 윤이상 씨 부인 이수자 씨(85)와 딸 윤정 씨(62)는 경남 통영시 용남면 상삼마을 자택에 머물며 가끔 서울 등지로 나들이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정 씨는 이날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신숙자 씨가 사망했다는데요라고 묻자 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 죄송합니다라며 전화를 끊었다.
윤희각 조용휘 toto@donga.com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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