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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의 끝자락 그 누가 넘볼소냐 독도~이어도 6시간 2160km 정찰

국토의 끝자락 그 누가 넘볼소냐 독도~이어도 6시간 2160km 정찰

Posted February. 22, 2012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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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어 포 테이크 오프(이륙준비 완료).

17일 오전 6시 경북 포항시 해군 제6전단 기지 내 활주로. 기자가 동승한 P-3C 해상초계기는 어둠이 짙게 깔린 하늘로 솟구쳤다. 4600마력짜리 터보프롭엔진 4기에서 뿜어내는 굉음이 쉴 새 없이 고막을 때렸다. 동해로 기수를 돌리자 칠흑 같은 바다 위에 선박들의 불빛이 드문드문 보였다. 맨눈으론 하늘과 바다를 구분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기내의 레이더 화면엔 주변 해역을 지나는 모든 선박의 종류와 항로가 포착됐다. 조종석 아래에 장착된 적외선열상장비(IRDS)는 어둠 속에서도 선박의 형태까지 잡아 스크린에 보여줬다. P-3C는 반경 수백 km 내 250여 개의 목표물을 추적해 식별할 수 있다.

현 고도 7500피트, 속도를 높여 독도로 간다. 조종사인 이민혜 소령(해사 56기)이 기내 마이크로 대원들에게 목적지를 알렸다.

여명이 밝아오는 망망대해를 50여 분간 날아 두꺼운 구름층을 통과하자 창밖으로 마침내 독도가 의연한 자태를 드러냈다. 집채만 한 풍랑을 홀로 견디며 검푸른 바다 위에 당당히 서 있는 대한민국의 막내의 모습에 가슴 뭉클한 감동이 밀려왔다.

섬 주위를 비행하는 대원들을 향해 독도는 그대들이 와줘 외롭지 않다고 화답하는 듯했다. 고도를 200m까지 낮추자 독도 경비대의 초소와 등대가 손에 잡힐 것만 같았다. 대원들은 인근 해역을 지나는 해경 경비함과 무선교신을 하며 일본 순시선이나 어선들이 접근하는지 감시했다. 대원들의 얼굴에선 국토의 동쪽 끝자락을 누구도 넘볼 수 없도록 수호하겠다는 결기가 느껴졌다.

잠시 뒤 기체는 다음 목적지인 마라도로 기수를 돌렸다. 독도에서 국토의 남쪽 끝인 마라도까지는 약 950km. 울릉도 상공에서 난기류를 만나 제대로 앉아있기 힘들 만큼 기체가 요동쳤지만 대원들은 묵묵히 임무에 열중했다.

소노부이 장착 완료. 전술통제관인 박영상 대위(해사 48기)의 지시에 따라 수면에 닿을 듯 낮게 비행하면서 수중음파탐지기인 소노부이를 바다 속으로 투하하는 훈련을 실시했다. 이 장비로 적 잠수함의 신호를 탐지해 위치가 확인되면 어뢰를 발사해 격침한다.

제주도 상공을 통과한 지 30분이 지났을까. 저 멀리 동중국해 한복판에 세워진 철제 구조물이 희미하게 보였다. 가장 얕은 곳도 4.6m나 물속에 잠긴 수중암초인 이어도와 그 위에 세워진 해양과학기지를 상공에서 만난 감동은 독도에 뒤지지 않았다.

마라도에서 149km 떨어진 푸른 바다에 꼿꼿이 서 있는 이어도 해양기지는 결코 양보할 수 없는 대한민국 땅임을 실감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중국은 이어도를 쑤옌자오()라고 부르며 영유권 야욕을 노골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에 2015년에 완공될 제주해군기지에 주변국의 해군력 증강에 맞서 대한민국 영토의 끝자락을 지킬 이른바 독도-이어도 함대를 창설할 예정이다.

중국은 지난해 여름 관공선()을 이어도 인근 해역에 보내 한국 선박의 침몰선박 인양작업을 방해했고, 올해엔 3000t급 대형 순시선을 이어도 해역 등 동중국해 순찰에 투입하기로 했다.

중국 어선들의 불법 조업도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고 대원들은 전했다. P-3C 초계기는 지난달부터 이어도 인근 해역의 중국어선 불법조업 단속 임무를 하고 있다. 6시간 동안 총 2160km에 걸친 초계비행을 마친 P-3C는 종착지인 제주공항 내 기지 활주로에 사뿐히 착륙했다.



윤상호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