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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개졌던 ITF, 북 빼고 하나된다 (일)

Posted May. 10, 2011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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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계파로 나뉘어 있던 국제태권도연맹(ITF)이 북한을 배제하고 하나로 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북한 장웅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이끄는 ITF의 오른팔이던 캐나다 박종수 부총재(70)는 지난해 4월 이탈을 통보한 데 이어 최근 최중화 총재(57)가 이끄는 ITF에 합류하겠다고 선언했다.

ITF는 고 최홍희 장군이 1966년 한국에서 만든 최초의 태권도 국제단체. 그러나 최 장군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의 불화로 1972년 캐나다로 망명했고 1년 뒤 김운용 전 IOC 위원이 주축이 된 세계태권도연맹(WTF)이 창설되면서 한국과 멀어졌다. ITF는 최 장군이 1980년대 북한에 태권도를 보급하며 김일성 전 주석과 친분을 쌓았다는 이유로 한때 빨갱이 단체로 불리기도 했다. 이후 ITF는 2001년 최 장군의 아들 최중화 씨를 총재로 뽑았지만 2002년 최 장군이 평양에서 사망하자 장웅 위원이 추모식에서 일부 인사를 규합해 총재에 오르면서 이원화됐다. 여기에 영향력은 미미하지만 제3국 인사들이 만든 단체까지 ITF는 3개 계파로 나뉘어 있다. ITF의 적자임을 주장하는 최 총재는 본부를 캐나다에서 한국으로 옮겨오겠다며 WTF와의 통합을 모색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임성섭 세계군인태권도연맹 총재(52육군 중령)가 9일부터 서울 쉐라톤워커힐호텔에서 열리는 제66회 세계군인체육회(CISM) 총회에 최 총재와 박 부총재를 초청해 손을 잡게 했다. 박 부총재는 ITF가 탄생할 때 해외시범단원으로 활약하는 등 최 장군을 최측근에서 보좌한 인물. 최 장군 사망 후 장웅 계열에 합류했지만 이제 최중화 계열로 전향해 ITF 발전에 힘을 보태게 됐다. 최 총재와 박 부총재를 9일 만났다.

순수성 찾기

최=박 부총재의 전향은 목숨을 건 결단이다. 북한은 장웅 계열을 이탈하는 인물들에게 지구촌에 숨을 곳이 없을 것이다라며 살해 위협을 하고 있다. 실제로 2008년 슬로바키아에 거주하던 이영석 ITF 기술위원은 방북했을 때 총살당했다. 북측은 교통사고였다고 발표했다.

박=최 장군께서 저 세상으로 가기 전에 김운용을 견제해 ITF를 지켜 태권도를 하나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인물은 장웅이다라고 말씀해 그쪽을 선택했다. 하지만 장 위원은 당초 약속과는 달리 태권도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했다. 장웅의 ITF는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 산하에 있다. 그래서 해외 사범 파견도 정치적인 목적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 최 장군의 뜻은 태권도의 통합이었는데 그쪽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독단의 장벽을 넘어 떠나기로 결심했다.

최=북한은 9월 평양에서 세계대회를 준비 중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 김정은을 국제무대에 공식적으로 데뷔시키는 장으로 생각하고 있다. 북한은 가급적 많은 나라의 선수를 부르려 대대적인 홍보를 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제 태권도계에서 북한을 배제해야 순수성을 되찾을 수 있다는 게 관계자 대부분의 인식이다. 장웅 쪽에서도 CISM에 가입하려 했다. 하지만 CISM에서 순수성이 없다고 판단해 우리와 접촉했다. 우리가 CISM에서 정식 종목에 선정되면 장웅 쪽은 세를 잃을 것이다. CISM은 IOC 다음으로 큰 국제 조직이다.

최 총재와 박 부총재의 악수는 전 세계 ITF에 큰 파급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아도 태권도인들이 장웅 계열에 의문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박 부총재가 최 총재 쪽 손을 들어주면서 ITF는 최 총재를 중심으로 세를 갖출 것으로 보인다.

태권도는 하나다

박=내가 장웅 계열을 떠난 이유는 전체 태권도인들을 위한 선택이다. 누구를 지지하느냐보다 태권도를 발전시키는 게 더 중요하다. ITF도 갈라져 있는 데다 ITF와 WTF로 또 나뉘어 있다. 태권도는 하나다. WTF는 올림픽 종목으로 스포츠로 계속 발전시키고 ITF는 군인대회에서 무술로 발전시키며 접목을 하면 좋을 것이다.

최=우린 WTF의 발전을 막지 않는다. 서로 함께 발전해야 한다. WTF가 스포츠로서 계속 영향력을 발휘하고 ITF는 군인올림픽에서 틀(품새)을 중심으로 무도 쪽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이런 과정에서 시간을 두고 하나가 되면 된다. 2년 전 ITF 본부를 한국으로 옮기겠다고 했는데 국내 합의가 우선시돼야 할 것이다. ITF와 WTF가 하나가 되면 효과는 매우 크다. ITF는 3000만 명, WTF는 7000만 명의 회원이 있다. 통합될 경우 1억 명이 넘는 태권도인을 확보해 태권도는 한국 최고의 문화상품이 될 것이다.



양종구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