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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우측보행

Posted April. 30, 2009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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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는 오른쪽, 사람은 왼쪽 유치원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좌측보행이 우측보행으로 바뀐다. 일제 강점기인 1921년 조선총독부가 좌측보행을 시행한지 무려 88년 만이다. 법으로 우측보행을 강제하거나 좌측보행을 막는 것은 아니다. 좌측보행에 익숙한 습관과 걷기 예절이 달라져야 한다. 좌측보행에 편하게 돼있는 에스컬레이터나 출입문 같은 시설도 점차 개조해야 할 것이다.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는 어제 이명박 대통령에게 우측보행을 포함한 교통운영체계 선진화방안을 보고했다.

조선총독부가 좌측보행을 실시하기 전에는 우측보행이었다. 1905년 대한제국 규정에 우측보행이었으나 일제가 일본과 같이 좌측보행으로 변경했다. 1946년 미군정은 차량을 우측통행으로 바꿨으나 사람은 좌측보행 그대로 두었다. 그 뒤 1961년 군사정부는 도로교통법을 제정하면서 보행자는 보도와 차도의 구분이 없는 도로에서 도로의 좌측을 통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했다. 그 뒤 좌측보행이 원칙으로 굳어진 것이다.

오른손잡이가 많은 인체 특성이나 교통안전 측면에서 우측보행이 훨씬 낫다는 것이 과학적인 분석 결과다. 오른손잡이는 우측보행이 심리적으로 편하다고 한다. 교통사고가 약 20% 감소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차도와 인도가 분리된 도로의 인도에서는 좌측보행을 하면 차도에 가까운 보행자는 차량과 같은 방향으로 가기 때문에 등 뒤에서 차량이 덮칠 경우 피할 수가 없다. 반대로 우측보행을 하는 보행자는 차량과 마주보고 걷게 된다. 차량의 움직임을 보면서 걷기 때문에 차량 움직임에 대처할 수 있고 사고 위험도 덜하다.

주요 국가 중에서 미국 프랑스 캐나다 일본 중국 등 대부분이 우측보행이고 영국만 좌측보행이다. 오랜 관습으로 굳어져 온 것이다. 길 걷는 습관을 인위적으로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조선총독부는 모든 수레와 인력거에 좌측통행이라 쓰인 깃발을 달도록 했다. 지금도 지하철역 환승로처럼 안내 문구나 띠가 표시되어 있을 땐 다수가 좌측보행을 지키지만 일반 보도에서는 제멋대로다. 세계보건기구에서 안전도시 인증을 받은 서울 송파구는 2년 전부터 우측보행 운동을 벌였다. 그동안 축적된 경험을 공유한다면 좋을 것이다.

박 영 균 논설위원 parkyk@donga.com